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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30 _ 권규미의 「농부」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5. 5. 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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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권규미

 

뱀처럼 낡은 생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새처럼 뼛속에 입김을 넣을 수도 없는,

 

밭이랑 뙤약볕 속에 코를 박은 사람들

권규미, 누가 나를 놓쳤을까, 가히, 202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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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이 피면 모내기를 한다라고 봄 농사의 시기를 특정 꽃의 개화로 일러주던 부모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5. 마침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 온 마을이 달달한 향기로 가득하다. 서둘러 못자리를 만든 농부들은 이미 모내기를 끝냈다. 물론 이 벼는 추석 밑 결실을 보게 되는 이른 벼이기도 하다. 예전과 달리 기계영농을 하면서 힘든 노동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농사라는 게 이모저모 사람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기에 농부들의 삶은 늘 고단하다.

이 시조는 이나 같은 자연물을 통해 노동자를 설명한다. 허물을 벗는 뱀은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뱀처럼 낡은 생을 갈아입지도 못하는 농부는 변화없이 주어진 것에 순응해 살아가는 존재이다. 또한 는 넓은 하늘을 비상하는 자유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뼛속에 입김을 넣는 다는 것은 생기를 불어넣는 행위이며, 그러한 활력조차 얻지 못하는 농부들의 지친 삶이 다시 등장한다.

종장에서는 밭일에 몰두한 농부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밭이랑 뙤약볕 속에 코를 박았다는 표현은 평생 농사만 짓고 산 농부들의 시간성을 나타내기도 하며 뙤약볕은 혹독한 노동 현장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시조는 농부들의 고단하고 변화 없는 삶. 노동에 철저히 얽매인 존재로서의 우리 부모님들을 대변하고 있으며, 현대사회 노동자 일반에 대한 노동의 무게와 인간 존재의 고달픔을 사실적이고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표문순

2014시조시학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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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30 _ 권규미의 「농부」 - 미디어 시in

농부 권규미 뱀처럼 낡은 생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새처럼 뼛속에 입김을 넣을 수도 없는, 밭이랑 뙤약볕 속에 코를 박은 사람들―권규미, 『누가 나를 놓쳤을까』, 가히, 2025. 3. ----- “아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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