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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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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2. 12. 1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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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한, 부정과 기다림을 환대하는 방식

 

하종기 기자

 

김지율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파란, 2022)를 펴냈다. 추천사를 쓴 송재학 시인은 이 세계에 대한 불화의 구체성이 절망과 화해와 불평등일 때 김지율 시인은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는 사실을 수줍고도 맹렬하게 확장시킨다고 했고, 김륭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김지율 시인의 이번 시집이 사랑이나 구원보다는 상실과 실패를 통해 절망을 말하는 매력적인 시집이고, 시인을 관통하고 있는 모종의 기억을 앞세운 시의 언술 앞에 압도당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아름다움에 대한 특별한 미적 탐구라고 볼 수 있는데, ‘아름다움을 보편적인 질서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한 지점이라고 여기고 있다. 188센티미터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의 고독처럼 아름다움이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마주했을 때 끊임없이 생겨나는 부조리에 대한 감응이며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진짜 눈물같은 거라고 했다. 또 그것은 얼굴 없이 헤맨 기도들이 어디로 가 어떻게 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라고 했다.

 

시인은그 오랜 질문은 기다림과 닿아있기도 해요. 기다리는 사람은 시간을 살고, 느끼고, 시간을 존재로 떠안으며 고통스러운 흔들림을 경험하죠. 자신이 짜고 있던 수의를 밤마다 다시 풀어내던 페넬로페의 오랜 기다림은 무엇이었을까요. 기다림의 시간은 밖으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집중하며 몰입하는 것이고, 아름다움은 그 부정과 기다림을 환대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해설을 쓴 최진석 평론가는 불가능한 시도를 무한히 반복하며 자신의 길을 독촉하는 시인의 이번 시집의 도정은, 지나가 버린 순간들, 명멸하는 과거의 상흔들을 품에 안은 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윤리적 물음 앞에서의 서성거림이라고 했다. 그런 지점에서 이번 시집은사과는 사과의 부재를 증명할 수밖에 없는사과의 현상학으로서 존재론적이고 예언적 통찰을 보인다고 했다.

 

한편 김지율 시인은 2009시사사로 등단했고, 201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개천문학상과 시사사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내 이름은 구운몽, 대담집 침묵, 에세이집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들, 연구서 한국 현대시의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 문학의 헤테로토피아는 어떻게 기억되는가등이 있다.

현재 경상국립대학교(GNUㆍ총장 권순기)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중이며, KBS진주정보주는라디오에서 매주 시와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시집 속의 대표시>

 

나는 바닥부터 먼저 시작했다

 

김지율

 

여전히 한쪽에서는 돌이 날아오고

한쪽에서는 싸움이 이어졌다

 

사거리에는 십자가가 있고

우리의 규칙이 누군가의 목적으로 바뀔 때

 

내가 사랑했던 밤들을 시행착오라 해도

 

불길 뒤에서 헌 옷 수거함까지

덕지덕지 붙은 포스트잇과

벽제 화장터로 가는 길에서

 

어떤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인간으로부터 인간에게로

이미 지나온 곳에서

 

그 바다가 보고 싶었다

 

벽이 시작되는 어딘가에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할 때

 

그것은 다만 부족한 명분과 바깥의 기분

 

누군가를 마중 나가던 밤하늘의 별은 아름다웠고

크고 둥근 레몬을 기적이라 했지만

 

나에게 던져진 필살의 쾌도는 소리 없이 명중했다

 

날아가는 화살은 또 누군가의 등에 꽂히겠지만

나는 그 바다가 다시 보고 싶었다

 

―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 파란, 2022.

 

 

 

 

연두

 

김지율

 

그늘과 그림자가 없다면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만질 수 없다

 

 

연두가 연두를 바라봅니다 연두 잎이 연두 잎을 들춥니다 연두의 이름으로 연두의 질서로 나아갑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평에서 수직으로 그늘이 지나가고 적막이 지나갑니다 텅 빈 소리가 소리를 흡수합니다 텅 빈 마음이 마음을 부릅니다 떠나는 마음에는 장면이 없고 새가 없습니다 풀밭이 끝나고 연두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늘이 그림자를 옮기듯 그림자가 불안을 옮깁니다 햇살과 편견으로부터 떨어진 단추와 기도로부터 그림자와 구름 흰 그늘이 그림자를 밀어냅니다

굴욕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해석되지 않는 세계는 희미하고 공간은 좁습니다 천막은 천막을 위해 연두는 연두를 위해 흔들립니다 얼굴을 지우고 목소리를 지웁니다 배경이 없고 이름이 없습니다 슬픈 목소리는 남고 차가운 귀는 사라졌습니다 한 행과 한 행 사이 잠시 붉고 한 행과 한 행 사이 잠시 멈춥니다 생각을 멈추면 마음이 표정으로 변하는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것에는 새로운 연습이 필요합니다 흰 그늘 속의 푸른 적막처럼요

 

―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 파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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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 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김지율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파란, 2022)를 펴냈다. 추천사를 쓴 송재학 시인은 이 세계에 대한 불화의 구체성이 “절망과 화해와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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