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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의 의학 이야기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을 발간한 김연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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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2. 12. 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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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의학의 연리지를 펼친 특별한 책

 

하종기 기자

 

의사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연종 시인이 산문집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황금알, 2022)을 출간했다. ‘시 속의 의학이야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산문집은 의료 현장에서 풍기는 문학의 체취와 문학의 현장에서 느낀 의학적 소견을 글로 풀어낸 것들이다.

 

문학청춘시 속의 의학이야기6년 넘게 연재한 글들이 모여서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이 탄생하게 되었다. 글을 연재하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대통령 탄핵부터 코로나 정국까지. 문단에서는 표절 시비와 미투 운동이, 의료 현장에서는 원격 진료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논란이 기억에 남는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포스트 코로나와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논쟁까지. 여기서도 글의 성격은 갈린다. 하지만 뚜렷한 구별 점은 없다. 문학이든 의학이든 깊숙한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면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라며 시인은 소회와 책의 성격을 직접 밝혔다. 그러면서 문학과 의학의 소통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엔 역부족이지만 의학시라는 장르를 선보이는 조그만 성과도 있었다고 자평했다.

 

지금도 문학과 의학의 연리지에서 경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연종 시인은 2004문학과 경계로 등단한 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 청진기 가라사대』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극락강역과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를 발간했고,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한 바 있으며 3회 의사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 2022<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사업인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된 작품이다.

 

 

<책 속의 인용된 시들>

 

호모 메디쿠스

 

김연종

 

나의 텍스트는

피와 살과 뼈로만 기록되어 있다

도제 시스템으로 단련되어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세균을 혐오하지만

오직 세균의 힘으로만 부패한다

한 번 피맛을 본 후론

달콤한 적포도주로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바스락거리는 뼈 맛을 느끼고 나선

부드러운 육질을 거부한다

두개골은 갑각류의 등딱지보다 단단하고

매끈한 피부는 사나운 짐승의 가죽보다 질기다

박쥐처럼 초음파를 사용하고

동굴 같은 내시경을 들여다보지만

몸속 깊은 슬픔의 발원지를 찾을 수 없다

만약 내게 투시경이 주어진다면

옷 속에 감추어진 외부 성기가 아니라

욕망을 감추어둔 내면의 장기를 훑고 싶다

캡슐 내시경처럼

입에서 항문까지 구불구불한 텍스트를

구석구석 밑줄 긋고 싶다

형광펜처럼 빛나는 고독의 기시부를 찾고 싶다

오진과 오독 사이에서 또 하루를 탕진하였다

부패와 발효 사이의 아찔한 칼날 위에 선

오늘도

온통 오류투성이다

 

―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 황금알, 2022.

 

 

 

 

ADHD

 

김연종

 

불현듯 하고 싶다 갑자기 목이 탄다 가슴이 뛴다 잠도 오지 않는다 감정은 부족한데 몸이 넘쳐난다 무엇을 할까 어디로 갈까 크레타 섬 카리브해 노르웨이 숲 갑자기 이불을 걷어찬다 새벽 잠을 포기하고 노트북을 연다 모니터에 접어둔 페이지를 검색한다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한다 출근 시간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름에 빠져 몇 번 지각한 후로 새로 맞추어 둔 알람이다 게르마늄 목걸이가 목을 조른다 두통에 효과가 있다고 아내가 채워 놓은 족쇄다 그 후로 자꾸 악몽에 시달린다 옥상에서 추락한다 바지를 내리지 않고 소변을 본다 부르르 몸을 떤다 요즘 들어 부단히 손이 떨린다 왼손이 더 심한 걸 보면 게르마늄 팔찌가 분명하다 홈쇼핑을 맹신한 탓이다 나는 무작정 달리고 싶다 내 몸엔 보조 바퀴도 브레이크도 없다 원고청탁도 없는데 마감시간에 쫒긴다 이제 거짓말 탐지기를 풀어 놓아야겠다

 

―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 황금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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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기 기자의사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연종 시인이 산문집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황금알, 2022)을 출간했다. ‘시 속의 의학이야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산문집은 의료 현장에서 풍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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