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린 기자
1997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후 27년 동안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과 발칙한 상상”으로 시와 동시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온 강기원 시인이 다섯 번째 동시집 『드라큘라가 예뻤을 때』를 달아실출판사에서 펴냈다. 이 동시집의 표지와 본문의 그림은 강기원 시인의 조카이기도 한 민소윤 작가가 그렸다.
“대상이 있는 두려움은 공포/ 대상이 없는 두려움은 불안이래// 귀신이 무서운 건/ 공포일까? 불안일까?”(「공포와 불안」)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번 동시집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드라큘라(라고 통칭되는 공포와 불안을 야기하는 어둠의 존재들)’를 시상의 중심에 두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기원 시인은 드라큘라를 화자로 내세워 아이들에게 드라큘라의 어둡고 무서운 이미지는 허상일 뿐이며, 실상은 그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래와 같은 동시들이 그렇다
“뒤늦게 사내는 후회했지만/ 한 번 떨어져 나간 그림자는/ 영영 다시 붙일 수가 없었어// 결국 그는 그림자 없는/ 드라큘라가 되고 말았지”(「그림자 값」)
“나도 밤이 무서울 때가 있어// (중략)// 나는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매 순간 하며// 오늘도 살아 있어”(「겁 많은 드라큘라」)
“나도 슬플 때 울어/ 하품할 때 눈물도 나지// 그런데 눈에서/ 물이 아닌/ 피가 흘러”(「피눈물」)
시인은 공포와 불안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도 사실 알고 보면 친구가 없어서 외롭고 쓸쓸한 존재일 뿐이니, “아무리 기다려도/ 오는 친구가 없어/ 드라큘라”(「드라큘라의 생일 파티」)는 어둠 속에 사는 것이니, 그들을 만나면 위로해주고 친구가 되어줄 것을 당부한다.
시인의 이런 발상은 대상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리도록 도와주고 동심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동시집, 선입견을 갖지 않길 바라는 동시집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학부모들은 『드라큘라가 예뻤을 때』를 주목해보길 바란다.

<시집 속 대표 동시>
그림자 값
강기원
이건 꼬꼬지* 이야기
악마에게 그림자를 판 사내**가 있었어
큰돈을 받고 그림자를 팔며
사내는 생각했지
그깟 그림자 없으면 어때?
잘라 내도 상관없는
도마뱀 꼬리 같은 거
그런데 웬걸
그림자 없는 그를
사람들은 괴물 보듯 했어
햇빛, 달빛을 피해 다니며
사내는 그림자가 점점 그리워지기 시작했지
진창을 가든
꽃길을 걷든
말없이 따라와 주던 그림자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 주던 그림자
본체만체 끌고 다녀도
불평 한마디 없던 그림자
뒤늦게 사내는 후회했지만
한 번 떨어져 나간 그림자는
영영 다시 붙일 수가 없었어
결국 그는 그림자 없는
드라큘라가 되고 말았지
* 아주 오랜 옛날
**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Adelbert Von Chamisso), 『그림자를 판 사나이』 참조
―『드라큘라가 예뻤을 때』, 달아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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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많은 드라큘라
강기원
나도 밤이 무서울 때가 있어
관 속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
피 맛이 지겨울 때도 있어
나는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매 순간 하며
오늘도 살아 있어
―『드라큘라가 예뻤을 때』, 달아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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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가 예뻤을 때
강기원
믿기 힘들겠지만
나도 귀여울 때가 있었어
앞니 두 개로 환히 웃으면
햇살이 마주 웃고
알 수 없는 말로
옹알이하며
기저귀 찬 엉덩이로
뒤뚱뒤뚱 걸으면
온 세상이 손뼉을 쳐 주던 때
내가 더 이상
태양을 볼 수 없다는 걸
송곳니가 고드름처럼 길어진다는 걸
그렇게 영원히 죽지 못할 거라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을 때
―『드라큘라가 예뻤을 때』, 달아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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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쌍둥이
강기원
요괴 동생은
요정이야
요괴도 원래는
요정이 되어야 했는데
욕심이 너무 많아
요괴가 됐지
동생을 질투하고 미워하다
요괴가 된 언니가
씩씩거리며 곁에서 자고 있어
꿈속에서도 시비 걸고 있나 봐
요정은 요괴를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둘은 샴쌍둥이거든
한 몸에 깃든 두 영혼이거든
―『드라큘라가 예뻤을 때』, 달아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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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탄생
강기원
생쥐는
착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어
‘이제 가만히 있는 가마니를 갉아 쌀을 훔쳐먹지 않겠습니다.
비누도 먹지 않을게요. 냉장고 속 치즈는 꿈도 꾸지 않을 겁니다.’
기도하고 맹세하던 어느 날
문득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지기 시작했어
그러곤 잠이 쏟아졌지
잘 시간이 아닌데도 말이야
며칠을 정신없이 자고 깨어 보니
아, 글쎄 날개가 달려 있는 게 아니겠어?
그리고 분명 바닥에서 잠들었는데
높은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거야
아! 생쥐는 드디어 천사가 되었다고
믿기로 했단다
―『드라큘라가 예뻤을 때』, 달아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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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도 알고 보면 외로운 친구란다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1997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후 27년 동안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과 발칙한 상상”으로 시와 동시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온 강기원 시인이 다섯 번째 동시집 『드라큘라가 예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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