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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살아내는 소모와 재생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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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5. 9. 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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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바로 그 어둠의 심연이었네달아실시선으로 발간

 

 

 

하린 기자

 

2002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하였고.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으며, 202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바 있는 김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바로 그 어둠의 심연이었네를 달아실시선으로 펴냈다.

 

첫 번째 시집 하루 종일 슬픔이 차오르길 기다렸다에서 시인은 슬픔에 주목하며 슬픔의 역할이 한 인간이 자신의 본질을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성찰의 열쇠와 같은”(여우난골 출판사 소개글)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인간이 살아가는 자리에 드리워진 어둠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 어둠은 단순한 절망이나 종말의 징표가 아니다. 오히려 다시 살아가도록 삶을 이끄는 조건이다.

 

그런 조건 아래에서 시인은 소모와 재생의 생존법을 택한다. 감정과 경험을 어둠속에 오래 붙들어두지 않고, 그때그때 소진하고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다. 일회용 슬픔은 이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준다.

 

일회용이어야 한다/ 즉시 재생되어야 한다/ 얼른 주먹으로 눈자위 한 번 닦아내고/ 먹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슬픔을/ 정면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링 옆을 빙빙 돌며/ 한 대 칠 용기도 없이/ 내가 괜히 이 짓을 하나/ 생각해선 안 된다/ 슬픈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결코 슬픔에 지지 않는다

 

슬픔이 나를 탕진할 수/ 없도록/ 떼로 달라붙는 슬픔을/ 한 장 한 장 떼어내고/ 뒤돌아서 다시 웃는

―「일회용 슬픔부분

 

이 시의 핵심은 즉시 재생이다. 감정이나 경험을 퇴적하지 않고, 곧장 소모하고 다시 살아가는 태도. 소진되는 존재이면서도, 반복적으로 다시 살아내는 존재의 초상. 그런 방향성을 가질 때 우리는 어둠과 함께 살더라도 지치지 않는다.

 

시집 바로 그 어둠의 심연이었네어둠의 기록이자, ‘어둠속에서 멈추지 않고, 소진과 반복을 통해 삶과 언어를 새로 시작하는 생존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김겸의 시는 말하고 있다. 어둠과 바닥에서 시작된 언어와 존재는 소모되지만 다시 쓰이며, 다시 살아남는다고…….

 

삶에 대한 의지가 절실한 사람들이라면, 지금 어둠속에서 절망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그 어둠의 심연이었네를 통해 위로와 갱생의 가능성을 맛볼 일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난처難處

 

김겸

 

길이 막히면 돌아가야겠지만

돌아가기만 하는 길은

결국 막힌 길

 

너의 외진 마음의 길은

한 번 갇히면 돌아 나올 수가

없네

 

피학처럼 준비되는 난처는

내 생의 처소

내 마음의 게토ghetto

 

과거에 발목이 붙잡힌 너는

나의 현재를 붙잡고 나는 다시

너의 과거를 붙드네

 

난처는 나의 낙원

그곳에 고여들면 나는

낮게 낮게 가라앉아

저 아래 아무 바람도 없고

추운지 더운지도 모르는

나만의 극지에 가 닿네

 

거기는 수많은 어린 짐승들이

사지가 모두 잘린 채로

순하게 웃고 있네

―『바로 그 어둠의 심연이었네, 달아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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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김겸

 

멀리 바닷속으로 잠기어 가는

산을 바라본다

저 우랄산맥으로부터

알타이산맥 넘어

고비사막 지나

백두대간 타고 내려와

겨우 바다에 잠기어 가는

소리 죽은 산의 머리

자꾸자꾸 처박히며

거품 물고 들어간다

 

매운 눈보라에 얼음에

이끼 이불 덮고

날리는 따가운 모래바람 등지고

불 탄 자리 덴 자리

헐벗은 자리 다 지나

이제 물속으로 수장되는

짐승의 최후

 

저 바다는 영면일까

또 다른 생의 시작일까

 

바다로 다시 이어지는

수중의 생

이제 새 아닌 물고기들의

땅이 되어 나무와 풀 대신

무성한 물풀 키우며

아무 것도 없는

깊은 해저의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칠흑 물속을

걷고 또 걸어

다시 저 멀리 물빛

밝아지면 또 다른

뭍것의 생으로

하얗고 맑은 모래밭으로

태어나겠다

―『바로 그 어둠의 심연이었네, 달아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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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김겸

 

슬픔이 더 이상 내 몫이 아니길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살았다

 

불면이 더 이상 내 외로움의

증거가 아니길

배앓이 하던 숱한 밤의 그림자가

나를 짖눌렀다

 

슬픔과 분노와 눈물의 강을 건너

길고 긴 불면의 시간을 넘어

이제 그만

너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좋을

고슬고슬 하이얀 밥 한 공기 앞에 두고

가혹하기만 했던 내 몸의

시간을 덥히고 싶다

 

생은 항시 내게 무례했으나

너 역시 나를 조련질하려

밤잠마저 설친다는 걸

내 이제 알아버렸으니

―『바로 그 어둠의 심연이었네, 달아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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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기자2002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하였고.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으며, 202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바 있는 김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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