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린 기자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후 시조집 『공복의 구성』을 발간하고 열린시학상·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정음문학상 등 수상한 바 있는 표문순 시인이 두 번째 시조집 『저음의 슬픈 연대』를 현대시학시인선으로 발간했다.
그는 추천사를 쓴 유성호 평론가가 언급한 대로 “시조 미학의 구심적 생명력과 원심적 갱신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시조시단의 현대성 제고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고전적 기율을 견고하게 지키면서도 시조의 모더니티를 확장하고 세련화”에 힘을 쏟아왔다.
이번 시조집에서 그는 “정제된 형식과 정갈한 언어라는 시인 특유의 시조 미학”을 유지하면서 “더욱 절제된 형식을 갖추”고, “절묘한 언어들”이 갖는 “함축적 의미로 더욱 풍성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절제된 언어의 형식을 통해서 카오스를 코스모스로 정제하고, 변죽과 암시를 통해서 무한한 시적 공간의 확장을 꾀하는”(황치복 평론가)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편 표문순 시인은 <미디어 시in>에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을 연재하고 있다. 단시조가 갖는 아름다움과 함축된 의미를 구독자에게 전파하고 있는 중이다.
본지에서는 시조의 확장과 보급에 힘쓰고, 미학성이 탁월한 두 번째 시조집 발간한 표문순 시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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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조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두 번째 시조집을 발간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답변: 네. 감사합니다. 이번 시집은 2019년 첫 시집을 낸 후 6년 만에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다작하는 시인들에 비하면 텀이 좀 길었다고 할 수 있죠. 사실 핑계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기간 안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학위 취득을 위한 학업(논문) 기간이 있었고, 시어머님과 친정 양 부모님이 모두 제 곁을 떠나가시는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간이 많이 미루어졌고, 소재와 관련해서도 자연스럽게 노인 문제를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소감이라 한다면 시간의 경과에 비해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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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첫 번째 시집과 두 번째 시조집 사이 변화 양상이 있나요? 아니면 같은 흐름을 갖고 있나요?
답변: 가까이 있는 사물과 세계에 관심을 둔다는 점에는 동일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첫 시집이 타자에 대한 관심과 그들에 관한 기록이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자아에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발생으로 인하여 외부와 차단된 시간이 많았고 예상치 못하는 생활의 변화, 부모님을 잃은 슬픔으로 인하여 인간 삶에 대한 회고와 성찰이 자아 쪽으로 조금 더 치우쳤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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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조 창작을 하게 된 계기와 시조 창작이 갖는 매력이나 미적 쾌감이 있다면 이야기 해 주세요.
답변: 관계는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역 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던 중 정수자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시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움을 요청했죠. 시조는 자유시와 달리 형식적 제약을 받지만 매력이 많은 장르입니다. 3장 6구의 짧은 형식 안에 삶의 진리, 자연의 아름다움, 인간의 정서를 압축해 담아내는데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짧은 말 속에 삶의 통찰이나 교훈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아 읽는 사람도 자기성찰을 하게 합니다.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비워두는 여백의 미는 시조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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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조집을 1부 2부 3부 4부로 구성했는데 어떤 의도가 깔려있나요?
답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전체 시를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의도가 있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1부의 시들은 제가 아끼던 시들로 구성했고, 2부는 자아에 집중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3부는 부모님과 노인 문제를 다루었고 4부는 사회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지난 6년간 제 주변에서 일어났던 이야기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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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조집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작품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답변: 「습관성 다음 증후군」,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있습니다. 좀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또 개인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은 코로나바이러스와 확진자 격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습관처럼 했던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는 말. 다정하지만 다음을 예측할 수 없게 했던 말. 그래서 아주 다음이 없게 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떤 이는 장례식에서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코로나’는 저의 삶을 많이 바꿔 놓았습니다. 이제 저는 알 수 없는 미래만을 보고 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간 시간을 벌려고 미루”며 했던 말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만날 사람은 그때그때 만나고, 하고 싶은 일도 미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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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조를 쓰는 일 말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나 취미 활동이 있나요?
답변: 책 사는 걸 좋아합니다. 일단 많이 사다 놓으면 읽게 되더군요. 쓰는 일은 고통이지만 읽는 일은 기쁨입니다. 좀 더 많이 알고 싶은 지식에 대한 욕망이 큰데 생각처럼 머릿속에 쌓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화초를 좋아해서 집 안·밖으로 꽃을 많이 심었습니다. 오래 볼 수 있는 다육식물들도 많은데 오래 본 것보다 죽인 것들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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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이 시조집을 통해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주제나 주제 의식이 있나요?
답변: 앞서도 거론하였듯이 저는 가까이 있는 것들, 일테면 일상이나 사소한 사물, 주변의 풍경,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평범해 보이는 사물이나 순간이지만 이러한 것들에서 특별한 의미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을 다루다 보면 독자와 감정적 교류도 가능하고, 별것 아닌 것들이지만 깊이 응시하다 보면 보편적이고 철학적인 차원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현재를 살아가는 감각이 강화되고 위안과 치유의 경험도 하게 되죠.
보통의 사람들이 지나쳐 버리는 것을 붙잡아낼 줄 아는 것이 시인의 존재 이유라고 합니다. 그러하니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에서 시적 요소들을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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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시집을 읽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이번 시집이 너무 늦게 나와서 시인으로서 좀 게을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부지런히 창작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고요. 다음 시집에서는 사회성을 담아내는 그런 작품들을 좀 더 강화하여 늦어도 2~3년 안에 세 번째 시집을 낼까 합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조집 속 시조 맛 보기>
습관성 다음 증후군*
표문순
다음이라는 미래를 이제는 버려야지
오늘을 모면하려 으레 했던 말처럼
얼마간 시간을 벌려고 미루지는 말아야지
‘~때’라는 조건들은 감염에 취약해서
아주 작은 게으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다음에 밥 한번 먹자” 아주 다정한 그다음들
* 조어
―『저음의 슬픈 연대』, 현대시학,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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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뚜레
표문순
코청에 느닷없이 커다란 구멍 뚫어 펄펄 뛰던 한평생을 고리로 옭아놓고 고삐를 조절하던 사내와 눈 맞듯 하나가 된다
둥글게 말렸지만 날카로운 촉鏃을 가진 굴레의 선홍빛 몸부림을 목격한 후 나에게 스며들고 있는 은유를 허락했다
사내의 묵정밭이 한숨으로 깊어지고 얼근히 취한 별이 새벽까지 휘청댈 때 울음만 긷던 어린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저음의 슬픈 연대』, 현대시학,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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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궁 캣슬
표문순
나 원 참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냐 말야
몽롱하게 눈 떠보니 내 모든 걸 털렸지 뭐야 언제는 반려라고 제 인생에 껴 넣더니 나인 것도 나 아닌 것도 아니라니 당황스러워 첫울음을 잘 숨겨야 한다는 걸 몰랐어 마루를 벗어나 집 안으로 들어갈 때 순순히 발톱을 접었던 걸 후회해 저들은 스스로 집사라고 하더니만 내 욕망을 거세한 후넥카라를 채워놓더군 떼어낸 자궁만큼 감정이 가벼워졌어 이젠 제발 친절한 척 그루밍을 멈춰 줘 남은 건 식욕과 알랑거림과 멍한 눈빛
자꾸만 내 등을 노리는 앳된 수컷 좀 치워 줘
―『저음의 슬픈 연대』, 현대시학,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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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기록문
표문순
달 속에서 자라던 붉은 꽃잎 떨어지면
우주와 만나는 우화를 오려 엄마는
열세 살 시트 위에다 감쪽같이 수를 놓았다
달이 필 때마다 늘어나던 내간체
먼 잠을 덮고 있던 촘촘한 별들이
미숙한 나의 우주를 경영하곤 했었다
불규칙한 주기까지 모녀가 닮았어도
헌 달이 새달을 향해 징검돌처럼 건너와
숭고한 청춘의 기록 빛나게 일궈놓는다
―『저음의 슬픈 연대』, 현대시학,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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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베란다
표문순
휠체어가 관리하던
어머니께 봄이 왔다
조금씩 물러나 앉은
무릎과 문의 경계
베란다
바깥(外)과 안(內)이
서로를 비틀고 있다
―『저음의 슬픈 연대』, 현대시학, 2025.
시조의 큰 틀을 지키면서 모더니티의 확장과 세련화를 향한 의지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시조의 큰 틀을 지키면서 모더니티의 확장과 세련화를 향한 의지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후 시조집 『공복의 구성』을 발간하고 열린시학상·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정음문학상 등 수상한 바 있는 표문순 시인이 두 번째 시조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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