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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기억을 재생하는 봄날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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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5. 9. 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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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봉 시인의 첫 시집 닭발지혜 시인선으로 출간

 

 

김분홍 기자

 

2024애지로 등단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성재봉 시인이 첫 시집 닭발을 지혜 시인선으로 출간됐다. 경남 창녕에서 출생한 성재봉 시인은 2022년 공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 공주 신진 문학인에 선정된 바가 있고, 현재 애지문학회 및 풀꽃시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재봉 시인의 시에는 늘 가난의 그림자가 배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몸으로 겪어 낸 생생한 감각이다. 대표작 닭발은 중학교 시절 읍내로 가는 길에서 시작된다. 완행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삼십 리 비포장길을 달려야 닿을 수 있었던 낡은 차부. 그곳에서 단돈 오십 원짜리 야윈 닭발 튀김은 허기를 달래주는 유일한 음식이었다. 시인은 그것을 탐미라고 부른다. 마지막 발톱을 삼키던 순간, 늙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아버지와의 침묵이 이어진다. 오토바이의 울음소리만이 부자의 가난을 대변한다.

 

성재봉 시인의 시에서 부모는 말보다 눈물과 침묵으로 존재한다. 엄마의 눈물에서 어머니는 티끌이 들어간 아이의 눈을 혀로 씻어 주고, 꾸지람에 울고 돌아온 소년을 안아주며, 세상 풍파에 상처 입은 청년에게 웃음을 건넨다. 사과에서도 마을에 노을빛 사과가 넘치던 날,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여인은 된장국 한 그릇으로 저녁상을 대신한다. 시인은 그 순간을 사과의 과즙, 눈물, 비와 젖은 꽃잎의 이미지로 기억하며 가난을 형상화한다.

 

오홍진 문학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닭발 ‘가난의 감각으로 여는 봄날의 언어라고 표현했다. 성재봉 시인은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와 종달새의 낙하를 듣는 존재다. 사물에 귀 기울이며 짧은 언어로 봄말을 내뱉는 그의 시는 가난을 견뎌낸 기억 속에서 태어나, 부모의 눈물과 작은 사물들의 이미지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성재봉 시인의 첫 시집 발간을 기념해서 미디어 시in에서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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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첫 시집을 발간하셨는데요. 축하드립니다. 첫 시집을 발간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답변: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많은 축하를 받고 있고 지금도 기분이 들뜬 상태입니다. 시집을 발간하여 무척 기쁩니다. 저는 그간 시와 다소 먼 삶을 살아왔습니다만 이제야 저의 본향을 찾은 듯합니다. 그 소회를 시집 시인의 말에 적었는데, 이를 소개하는 것으로 발간 소감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멀리 돌아서 본향 어귀에 이르렀다. 꺼지지 않은 희끄무레한 편린들을 모으고 지금의 마음과 내일의 생각들을 이어 붙여 겨우 조각보 하나 기워놓았다. 이제야 작은 숨통이 트이는 듯하다. 묵묵히 재생을 지켜봐 준 영혼의 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까지 함께 빛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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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제목이 닭발인데요. 제목에 담긴 의도나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답변: 처음에는 아름답고 품격이 있어 보이는 제목을 정하려고 했었습니다. 예컨대 제 시집에 마이너리티남쪽, 음악당이 있는 도시같은 시가 있는데, 이를 제목으로 정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위 제목들은 제 시의 전반적인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시편들의 근원이 무엇일까? 어떤 시와 제목이 이번 시집을 잘 대변해 줄까 고민하던 중, 저의 등단작인 닭발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닭발은 고향의 어머니께서 읽으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고 해서 부담스럽기도 한 시입니다. 그래도 저의 시집 전반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닭발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닭발이라는 제목이 독자들의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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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속의 시 가운데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답변: 저는 마이너리티라는 작품에 애정이 갑니다. 그냥 한 번에 쭉 써서 완성했던 시입니다. 비록 주관적이긴 하겠지만 저는 제 자신이 부족함이 많고,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만 방황하는 에뜨랑제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염세적 성향이 좀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마이너리티를 쓰고나서 제 스스로 뭔가 구원받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라는 것이 영혼을 구원할 수도 있겠다라는 것을 실감했던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제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결핍되고 소외되고 혼자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될 수 있는 시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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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오홍진 문학평가는 가난의 감각으로 여는 봄날의 언어라는 제목으로 시집 해설을 썼는데요. 해설에 나타난 주제 외에 시인님이 이 시집에서 의도한 다른 맥락이 있을까요.

 

답변: 사실 시집을 꾸릴 때 가난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가난을 전면에 내세우는 시편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해설을 받아보고서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 내 시가 그렇게 읽히는 구나, 유년시절 내 정서의 바탕이 그러했구나, 그렇다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정직이고 진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참았던 말을 뱉어낸 것처럼 속 시원하고 오히려 잘된 것 같습니다.

저는 시인으로서는 다소 늦게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것들을 다잡아 온전히 시로 만들어 놓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첫 시집에서 그간 살아온 제 삶의 궤적을 한번 전체적으로 담아내 보고자 하였습니다. 유년의 기억들을 더듬고 재생시켜 시로 탄생시켜 보려고 했습니다. 시집의 시편들의 순서도 유년으로부터 지금의 생각까지 순차적으로 배열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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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에서 나태주 시인님이 성재봉 시인님을 늦깎이 시인이라고 하셨는데요. 몇 살에 등단하셨으며, 늦은 나이까지 시를 가슴에 품고 살았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답변: 저는 1971년생입니다. 그러니까 50살을 훌쩍 넘긴 2022년에 공직문학상을 받았고, 작년 2024년 봄에 애지를 통해 등단했습니다. 저는 법학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생업으로서의 일도 규범적 언어인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문장을 만드는 일을 주로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수로부터 용인되지 않는 언어의 확장과 감정의 침투를 늘 경계하여 왔었습니다. 그렇지만 천성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는 항상 언어의 팽창을 꿈꾸었고 논리적 수사보다는 감정에 물든 문장에 더 설레었으며, 목적지보다 노정의 율동을 더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멀리멀리 돌아왔나 봅니다. 이제야 작은 숨통이 트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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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시인님의 앞으로의 창작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대답: 첫 시집이 세상에 나온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향후 창작에 대한 깊은 고민은 구체적으로 해보지 않은 상황입니다. 제 시편들의 기조가 서정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저의 성향도 서정의 분위기와 느낌을 더 편해합니다. 그리고 저는 나태주 시인님의 제자로 시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기도 했구요. 그래서 앞으로도 온유한 마음으로 사사로운 감정을 전해보고, 영혼을 노래하며, 대상들과 나란히 이야기를 잘 나누어 보는 서정시를 주로 쓰려고 합니다. 문득 법이든 시든 모두 궁극은 존재에 대한 사랑이며, 올바름이며, 공평이고, 아픔의 치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더 애쓰고 고민해서 좋은 시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닭발 

 

성재봉

  

기울어진 가세는 삶의 터전을

읍내에서 낙동강 칠백 리

제일 끝자락으로 내몰았다

 

빨간색 완행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삼십 리 비포장길을 달려야 했던

중학교 시절

 

낡은 차부車部에서의 야윈 닭발 튀김은

단돈 오십 원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마른버짐 가득한 아이의 탐미였다

 

마지막 발톱을 삼킬 즈음

늙은 소 같은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온

아버지와 마주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토바이만 짖어댈 뿐

부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닭발은 못이 되어 아버지의 가슴에 박혔고

가난한 들판의 사랑은 노을로 붉게 그을리고 있었다

―『닭발, 지혜,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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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성재봉 

 

노을이 유난히 붉게 떨어지던 그날

마을 어귀에 사과 난전이 펼쳐졌다

 

몸빼 차림의 순영이 엄마

새끼 소를 높은 값에 팔고 돌아오는 종관이 아버지

면사무소에서 먹물 더미를 한 바가지 싣고 온 마을 이장님

모두 노을빛 사과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집집마다 빨간 향의 아삭한 말들로 새콤달콤한 과즙이 톡톡 터져 나왔다

 

이장댁 밭일을 마치고 바쁜 걸음으로 도착한 그녀

꼬깃한 지폐를 만지작거리며 사과가 맛없어 보인다고 잔가시 가득한 손으로 시쿰한 된장국을 차려내었다

 

누군가 깎아놓은 사과껍질 마냥 길고 길었던 그 밤을 잊지 못한다

새콤달콤 터진 과즙이 그녀의 눈물과 섞여 비로 쏟아졌다

다음 날

비에 젖은 꽃잎이 아침 햇살을 품은 채 견디고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닭발, 지혜,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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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성재봉  

 

가진 것은

짧은 언어

 

그마저도

살기 위해

잊은 지 오래

 

절대고독

 

종달새

 

가난한 시인은

봄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닭발, 지혜,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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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기억을 재생하는 봄날의 언어들 - 미디어 시in

김분홍 기자 2024년 《애지》로 등단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성재봉 시인이 첫 시집 『닭발』을 지혜 시인선으로 출간됐다. 경남 창녕에서 출생한 성재봉 시인은 2022년 공직문학상을 수상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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