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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에서 비롯된 연대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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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5. 9. 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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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숙 시인 두 번째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시인수첩시인선으로 출간

 

 

 

이정은 기자

 

고영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가 시인수첩시인선으로 출간됐다. 2020리토피아로 등단한 그는 첫 시집 나를 낳아주세요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 내면의 상처와 치유,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과 연대의 가능성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가족과 사회의 무게, 그리고 개인의 고통과 희망이 교차된 양상을 나타낸다. 간병에 지쳐 무너지는 가족, 취업난에 맞서는 청춘, 제도 밖에서 살아온 아이들의 발자국까지 시인은 삶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절망과 희망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낸다.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에서는 날카로운 이미지와 서정적 호흡이 교차한다. 티슈에서는 깃털처럼 얇은 사람들이 포개져 있다라는 문장으로 상처의 일상을 드러내고, 잘못 없는 꿈에서는 우린 매일 좋은 꿈을 나눠 먹어요라며 희망을 나누는 연대의 힘을 노래한다. 병동 일지섬의 하울링에서는 병실과 고독의 풍경을 심해의 파도와 깃털의 호흡으로 환유하며, 부재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은 존재의 목소리를 강렬하게 기록한다.

 

고영숙은 태양, , 지구, 그리고 나의 순서로 일식이 완성되었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자신의 존재를 우주의 순환에 위치시키며 시적 사유를 확장한다. 또한 산문에서는 신이 부재한 현실에서 인간이 서로에게 신이 되어야 함을 역설하며, 사회성 없는 신을 향한 조용한 용서를 제안한다.

 

202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2025년 전국계간지대회 작품상 수상 등을 통해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그는 이번 시집에서 상실과 연대의 시학을 집약적으로, 탁월하게 보여 주어 독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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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숙 시인의 신간 시집 발간을 기념하여 <미디어 시in>에서는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 고영숙 시인님, 안녕하세요?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독자에게 인사 말씀해 주세요.

답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원, 다층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를 쓰고 있는 고영숙입니다. 첫 시집 나를 낳아주세요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가 발간되어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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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제목이 독특합니다. 제목에 담긴 의도나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답변: 우리는 지금 꿈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불변의 상징 언어처럼 더 나은 미래와 희망을 노래하지만 시집에서는 함께 나누는 꿈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꿈밖을 빠져나와 눈을 뜨면 미끄러지는 현실이지만 현실의 바탕 없인 서있지 못하는 꿈입니다. 꿈은 아름다운 기억만이 교차되지 않습니다. 꿈과 현실 두 개의 문장이 어긋나는 통증에서 흘러나온 생생한 감정의 언어는 인간 본연의 고통을 완화하고 상처를 보듬는 역할을 합니다. 삶은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채 정면으로 어둠을 응시하며 꿈을 반복하는 감정선입니다. 다른 하루를 마주하려면 꿈의 시간을 반드시 지나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실낱같은 빛을 찾아 헤매지만 잠재력이 있는 존재들입니다. 치열한 현실 속에서 지금 당신이 한밤중이라면 오늘을 견딜 수 있는 공간인 꿈마저 잃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꿈의 경계를 허물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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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나 주제 의식은 어떤 것일까요?

답변: 서로가 내 슬픔이 크다고 떠들어대는 슬픔의 배틀 시대입니다. 상실로 인한 절망감에 몇 번이고 목 놓아 신의 이름을 불러 보지만 신들이 사라진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신에 대한 인간들의 조용한 용서와 시집 전반에 감춰진 통증이 핵심 키워드로 집중되어 있지만 갈산이라는 공산(空山)을 통해 재현되는 슬픔의 군상들입니다. 슬픔도 드러나면 약점이 되는 세상, 희미하게 얼룩진 실루엣은 구체적인 통증을 감추고, 아픈 군상들을 끌어안는 쪽빛 상처들의 목록이기도 합니다. 신들의 부재가 안타까운 현실, 은유 뒤에 숨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슬픔 한 방울이 연대를 가지면 더욱 선명한 이미지로 힘이 세지고 강해집니다. 서로를 이어주고 무언가를 함께 하는 절망과 희망 사이, 개인과 가족에서 비롯된 아픔과 상실은 연대를 거쳐 사회에 거대한 담론을 일으키는 통증의 반향이 됩니다. 문학의 시작은 깨어 있는 언어이며 끝은 기록입니다. 타인의 아픈 눈물을 읽을 줄 아는 힘 또한 글을 쓰는 작가의 역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시선, 개인과 사회적 약자의 고통 등을 연대와 치유의 의지를 담아 연민의 시선으로 쓰인 시는 절망의 한계와 희망의 가능성 앞에 선 절실한 이들에게 보내는 찬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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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 분야 말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답변: 저는 평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평론은 작품의 내적·외적 맥락을 깊이 탐구하는 학문적 글이기도 하지만 작품의 잠재성을 발견하고, 독자의 문학적 시각을 길러주며 문학과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분야지만 작품을 평가하는 안목을 배우고 싶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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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시집을 읽게 될 독자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작가들은 오랜 시간 각자의 방식으로 사유와 감각을 추구해 나갑니다. 저 또한 시를 쓰는 시인으로 꾸준하게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자기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인에게 시집을 내는 일은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확인하는 유일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모두 독자분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문학적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시면 보내주신 격려와 질책을 자양분으로 삼아 늘 시의 출발점에 서겠습니다. 막연하게 다음 시집을 준비한다는 다짐보다 수양에 힘쓰며 깊이 있는 사유로 시 쓰기에 애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집 속 대표시와 시인이 직접 밝힌 시에 대한 소견>

 

티슈

 

고영숙

 

깃털처럼 얇은 사람들이 포개져 있다

 

송곳으로 그은 가파른 심장을 가지고 놀다 뼈를 깎듯 바스러진다 그깟 사랑들 그깟 이별들은 한 끗 차이라고 우리에게 들이미는

 

흰 비늘의 꽃

꿈을 나눠 먹어요, 여우난골, 2025.

 

<시작 메모>

수없이 뒤척여온 감정의 서사가 완강하게 포개져있다. 한 끗 차이 사랑과 이별이 돌고 도는 하나의 패턴이다. 그렇게 살아내는 법이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냈으므로 후회는 없다. 누가 뽑았을까, 한 방울의 눈물은, 흐린 깃털을 털고 다시 피는 흰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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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없는 꿈

 

고영숙

 

오래오래 참으면 나도 눈부셔질까요

 

잠깐씩 깨어나

베개에 묻은 흙을 털면

나의 바탕색은 남향이었을까요

 

꽃나무 아래에서 죽은 인형은

차가운 밤이 되고

 

우린 매일 좋은 꿈을 나눠 먹어요

실패한 꿈은 세상에 없는 기원이 되고

반려식물처럼 길어지는 머리카락

 

아직 꿈에 봉인된 인형은

나쁜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선몽이라고

 

아무 잘못 없는 꿈은

나에게 말하지만

 

식어가는 잠은 말수가 적어요

 

국화꽃을 던지면 말린 꿈은

생생한 잎맥이 돋아나요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면

깊은 잠을 못 잔다고

 

남은 꿈을 심는 뿌리 없는 사람들

꿈을 나눠 먹어요, 여우난골, 2025.

 

<시작 메모>

치열한 사랑과 상실 앞에 꿈과 현실은 어긋났을 것이다. 꿈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슬픔이 먼저 차오르는 현실이 그랬을 것이다. 끝없이 돌보았을 노곤함에 그만 놓친 꿈이 늘 마음에 닿는다. 너는 아무 잘못 없다고 자꾸만 되뇌어주는 한 줄의 따뜻한 길몽이 유일한 위안이다.

울음이 멎은 자리 나머지 꿈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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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의 체형

 

고영숙

 

자신의 그늘을 그려 넣는 사람들

꿈 이후의 일이었다

 

깃털을 털고 날아가는 동공은 검은색이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나비의 눈꺼풀 밑에서 일어난 일이라

나는 깊은 꿈은 모른다 하였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걸어 나오는 도안 밖

 

늘 변하는 건, 빛깔의 체형

몸이 갇힌 원형, 착상된 물방울을 붓으로 쓸어버린 완성의 순간

문양 속 몇 겁의 주름진 잎들이 펼치는

격렬한 생사(生死)의 반경

 

붉은 어루러기

 

입을 다물었는데도 터지는 패턴

버린 꽃은 늘 아까워 모래에 검은 달을 베낀다

 

봉인된 후생이 윤곽 없이 허물어진다

열두 달 잔금이 새겨진 상()이 이파리처럼 돋아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꽃잎은 선명해진 징후를 찌른다

 

주기가 끝난 검은 달은 깨져버린 거울 조각

채색이 빠져나간 몸은 텅 빈 내막이다

꿈을 나눠 먹어요, 여우난골, 2025.

 

<시작 메모>

만다라-그림이 완성된 순간 모래를 쓸어서 파괴시켜 버리는 깨달음의 상징

신기루였다. 펼쳤는데 사라지고 없는 부재의 시간, 희미해지는 서사에 모래를 덮어 주었다. 어찌할 수 없는 짧은 시간 만나, 오랜 시간을 흩어지는 모래알의 무한한 시간이었고 채색이 빠져나간 몸은 텅 빈 내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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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고영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가 시인수첩시인선으로 출간됐다. 2020년 《리토피아》로 등단한 그는 첫 시집 『나를 낳아주세요』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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