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린 기자
이적온 시인이 첫 시집 『이제부터 위험하면 뻐끔거려』를 시인의 일요일에서 출간했다. 관례적인 등단 절차를 거부하고, 이 시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이적온 시인은 올해 스물다섯 살이다. 총 39편의 시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스물다섯 살의 날카로운 언어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파열된 감각과 존재의 혼란을 포착한다. 기성과 전통을 넘어서는 독자적인 미학적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익숙한 세계를 낯선 시선으로 마주하게 하며, 깊은 사유와 새로운 정서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 시집은 ‘탈(脫)’의 시학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깊이 탐색한다. 기존의 견고한 서정적 틀을 깨고 언어와 사물, 주체와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관계망과 유동하는 윤리 속에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되묻는다. “잘못 쓰는 것 같다”는 시인의 자조적 고백처럼, 이적온 시인은 정답 없는 세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질문하며, 때로는 뒤틀리고 혼란스러운 현실을 직시하는 시적 태도를 견지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자들이 일상의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도록 이끌며, 자신과 세계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집 『이제부터 위험하면 뻐끔거려』는 파편화된 언어와 비일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특한 서정성을 구축한다. 섬광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와 인간 본연의 날것 그대로의 감각을 직조하며 삶과 죽음, 존재와 상실의 경계를 탐구한다. 시집은 독자들이 언어가 지닌 다층적인 의미를 경험하고, 파열된 관계와 모순적인 현실 속에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이끈다.
이적온은 첫 시집 『이제부터 위험하면 뻐끔거려』에서 디지털 시대의 감각과 실존의 문제를 하이브리드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산문적 호흡 속에서도 긴장을 잃지 않고, 절제된 어조로 응축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젊은 시인의 감각화된 ‘도전’에 독자들은 기꺼이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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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 시 맛보기>
흔
이적온
어떤 문장은 말도 못 하게 아름다워서 내가 아는 모든 의미가 대체되었다
그 문장은 나였고 피부를 대신한 그늘이었고
내 영혼이 세기에 걸쳐 되뇐 단 한 줄의 음계였는데
책을 덮으면 온데간데없었다
들려오는 언어를 무참히 깨달았다
입술과 손끝이
같은 곡률을 가진 새로운 주변 기기가 되기까지
햇빛에 실핏줄을 꿰뚫려 사라지거나
홀로 계속되어 13월의 존재를 토론에 부쳤다
모르는 외국인의 안부 인사로 돌림노래를 만든 다음 악플을 도배했다
샤워기를 틀고 무성 음악을 복기했다
바깥은 암구호를 전하고 싶어 한다
내가 알아들을 거라고 믿는 듯
처음은 몸을 흔드는 진동으로 시작한다
부재중이기 위하여
책을 펼치면 모든 언어가 대체되었다
그러나 영원히 허락되는 책은 없고 반납이 요구되었고
세계는 왜 무너지다 말고 기둥 공사를 허용했을까
모래가 비처럼 내린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둥글게 낡고 있다
지어짐과 남겨짐 사이에서 이름도 없이
사라진 획의 무게와 나를 저울질하며
그 책은 오래전에 반납되었다
최초의 연음이 발생했다고 알려진 현장에는
물의 투신 정황이 있었다
―『이제부터 위험하면 뻐끔거려』, 시인의일요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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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소조
이적온
바람 불면 숲에는 눈이 내렸다
나무가 눈의 무게를 견디어 섰고
작별하지 못한 자들이 숲으로 갔다
숲속에서 나는 늙은 개의 한숨
따뜻한 입김을 가진 그림자의 무른 살갗
피부를 뚫고 터져 나오는 금을 벌리며
눈발에 삭기만 기다리는데
기지개 켜듯
환해지고 마는 상처라니
빛 그물을 짜는 맨발이라니
눈부신 고통이라니
그물눈으로 내가 밀려 나온다
온몸으로 들리는 바깥의 북소리
행렬에서 벗어나 숲을 찾는 행렬의 줄기
가늘게 뻗은 상처를 타고
느린 행진곡이 들려오면
입술이었던 것이
바람에 떠는 거미줄처럼 공명한다
노래해야지
노래는 해야지
쓸데없이 따라 걷고 싶어진 탓이다
그물로 눈을 거두어 단단히 뭉친다
새 허물이다
―『이제부터 위험하면 뻐끔거려』, 시인의일요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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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맴: 박음질 –반추
이적온
매듭.
꽃다발을 안은 소년이 달려 나간다. 작은 뒤통수가 일그러진 민낯으로 차오른다. 한발 늦은 행인들이 일제히 소년을 돌아본다. 나는 소년의 기분을 상상하다 예정에 없던 바닥 공사를 시작한다. 건널목을 징검다리로 둔갑시킨다. 아무일 아닌 거다 한눈팔지 않는 한
그런데 왜 소년은 희고 얇은 셔츠를 입고도 뛰어들었을까
피할 수 없는 난반사
손목에 건 선물 봉투가 텅 비어 가볍다
파란 불이 점멸하고, 냉장고 타이머가 돌아가고, 흰 페인트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뒤돌아
아무것도 두고 오지 않았다는 확신을 두고 왔다.
스위치 하나로 켜지는 섬망
어떤 설마는 운명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는데
너도 눈치챘지 네가 반년 전에 실외기에서 떨어뜨린 알이 깨어났어 곧 날갯짓을 지필 거야
뒤돌아 그리고 곧장 가
가서 너를 먹이로 줘야 해
그곳의 모두가 각각의 창문을 일제히 돌아본다
두고 온 것들이 일제히 열린다
확신이 없는
새들. 머리 없는 새들이 집 유리창을 깨고 새빨갛게 솟구친다. 부서진 꽃잎이 폭죽처럼 떠내려간다. 패망한 신은 꽃다발을 들었고 흰 셔츠를 입었고 없다. 갑작스러운 교통체증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나는 돌아가서 먹이를 줘야 해. 하는 수 없이 달린다. 재봉선을 뚫고 붉은 깃털이 자라 퍼덕여 본다.
―『이제부터 위험하면 뻐끔거려』, 시인의일요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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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시인의 새로운 서정의 실험과 언어 감각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스물다섯 시인의 새로운 서정의 실험과 언어 감각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이적온 시인이 첫 시집 『이제부터 위험하면 뻐끔거려』를 시인의 일요일에서 출간했다. 관례적인 등단 절차를 거부하고, 이 시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이적온 시인은 올해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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