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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상황을 절묘하게 그려내는 신미균만의 해학적 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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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6. 3. 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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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균의 다섯 번째 시집 빈티지풍의 달파란시선으로 발간

 

 

하린 기자

 

신미균 시인이 다섯 번째 신작 시집 빈티지풍의 달을 파란시선으로 발간했다. 신미균은 1996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 『웃는 나무』 『웃기는 짬뽕』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을 발간하면서 해학적 시 쓰기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설을 쓴 권온 평론가는 신미균의 빈티지풍의 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특별한 가치와 의미는 웃음과 무관하지 않다. 그녀는 울퉁불퉁 파노라마, 습관, 인스타그램, 자매등 다수의 시들에서 웃음’, ‘웃다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사회, 현실, 세상을 향한 눈부신 긍정성을 피력한다.”라고 하며 이번 시집에서도 해학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신미균의 신간 시집 발간을 기념하여 <미디어 시in>에서는 미니 인터뷰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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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다섯 번째 시집을 발간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답변: 먼저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미디어 시in>에 감사를 드립니다. 생각해보니 올해, 등단한 지 30년 됐고, 결혼한 지 50년이 되었더군요. 그래서 혼자 자축하는 의미로 시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시집 뒤의 추천사를 남편 정남영 화가가 써 줘서 나름 의미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지면이 허락한다면 추천사를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신미균은 재미있습니다. 신미균의 시들도 재미있습니다. 신미균의 시들은 맑고 투명합니다. 투명하기 때문에 숨김이 없고 숨김이 없기 때문에 순수합니다. 그녀의 시 속에는 나비 날개에 묻은 가루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설렘이 있기도 하지만 갑자기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머릿속이 환해지는 푸르름도 있습니다. 그녀의 시들을 따라가다 보면 휘리릭 뚝딱, 다른 것으로 변신이 될 수도 있고 심청이랑 서핑보드를 탈 수도 있습니다. 레인코트 속에 우산을 넣어 볼 수도 있고 흰나비들과 함께 벚꽃잎처럼 흩날리며 무중력상태에 떠서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또한 거울을 보며 충치가 있나 없나 살펴보다가 씩, 웃기도 하고 쓸데없는 데 난 털들을 뽑아 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한집에 산 지 오십 년 되었습니다. 지금은 거실을 사이에 두고 안방에서는 신 시인이 시를 쓰고, 건넌방에서는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서로 만족스러운 작업이 끝나면 거실에서 만나 하이파이브 한번 하고 차를 마십니다. 어떤 때는 신 시인이 제 그림을 보고 시를 쓰기도 하고 저는 신 시인의 시를 읽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날카로운 해학과 위트와 유머가 있는 신미균 시인의 시를 읽는 것이 저에게는 큰 즐거움입니다.”(정남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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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네 번째 시집과 다섯 번째 시집 사이 변화 양상이 있나요? 있다면 변화 양상을 말씀해 주시고, 없다면 지속적인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답변: 다섯 번째 시집에서는, 모티브들이 생성하는 이미지들을 활성화시켜 충치가 보이는 엑세서리와 같이, 잠재의식에 깔려있는 사유를 기존의 언어 체계로 변형시켜 보거나,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구체화하여 독특한 저만의 세계를 추구한 시를 넣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시 제목들도 조금 변화를 줘 보았습니다. 말랑말랑한 멜랑콜리라든지 울퉁불퉁 파노라마등등……. 의도적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시집도 주변의 작은 사물들이나 사건들을 미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저 나름대로의 관점이나 철학을 녹여 작품세계를 완성해가는 태도가 균질해 근본적인 저의 시 세계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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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매번 발간하는 시집마다 뼈있는 웃음을 선사하는 해학적 시 쓰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웃음에만 치중하면 시가 가벼워지고 를 강조하면 진중해져서 시를 읽는 재미가 없게 되는데, 신미균 시인은 두 요소를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해학적 시 쓰기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시를 노련하게 창작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답변: 저는 잘 웃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이 야단치는데도 빙긋이 웃었다고, 전체 학생들 앞에서 큰 벌을 받은 때가 있었지요. 선생님은 뭐가 우습냐고 자기를 우습게 본다고 길길이 뛰면서 화를 냈지만, 사실 저는 그때 웃은 게 아니라 제 얼굴이 향상 웃는 상이었던 거였어요. 그것도 모르고 무조건 야단만 친 선생님이 야속하고 속상하고 창피해서 오랫동안 친구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그때 친구들 말이 제가 그래도 웃고 있었대요. 아마도 그때부터 웃음에 대해서 연구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하네요.

제 시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웃음에 대한 것들입니다. 웃음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고, 인간만이 웃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슬퍼도 웃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웃음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쓰게 되었습니다. 실컷 웃었는데 눈물이 속으로 흐르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또한 웃으면서 짤막하게 말했는데 세상의 이치를 단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세상 살아가는 것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세상을 철없이 살다 보니 실수도 많이 하고 헛웃음이 날 때도 많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얼굴이 웃는 상이니, 어쩌면 저랑 웃음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우스꽝스러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웃음이 아니라 진정한 웃음을 웃으며 세상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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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작품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답변: 사실 저는 아버지나 어머니께 잘하지 못했어요. 제가 생각보다 고집이 있어서 속을 많이 썩혀드린 것 같아 지금까지도 미안할 따름입니다. 모든 분들이 다 그렇겠지만 이 세상에서 부모님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요. 특별히 생각나는 작품은 버블게임이라든지 흰나비입니다.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 입원하신 아버지를 뵈었는데 해드릴 것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평소에 조근조근 이야기하던 사이도 아니라서 할 말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아무말도 못하고 보내드린 것이 못내 한으로 남아서 쓰게 된 시입니다. 또한 어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뭘 달라고만 했지, 해드린 것이 없네요, 하다못해 머리라도 한번 빗겨드리지 못하고 얼굴에 로션 한번 발라드리지 못했네요. 죄송 죄송한 마음에 시를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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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이 시집을 통해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주제나 주제 의식이 있나요?

 

답변: 웃자 웃자 속으로 울면서도 웃자,입니다. 제 첫 번째 시집부터 지금 다섯 번째 시집까지 저는 줄기차게 웃음과 세상과 사물을 융합하고, 웃음의 상황에 대해 감각적으로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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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를 쓰는 일 말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나 취미 활동이 있나요?

 

답변: 시쓰는 일 말고 저는 바둑을 둡니다. 사실 바둑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취미생활이에요. 한번 잡으면 밤을 샐 정도지만, 그만큼 체력과 정신력이 소진돼서 시를 쓸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가끔 둡니다.

예전에 저는 취미생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나갔어요. 가령 사격이라든지, 스포츠댄스, 노래하기, 승마 등등인데 모두들 조금씩 맛보기는 했어요. 경비행기운항 면허증도 따고 싶었는데 그것까지는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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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시집으로 읽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제 시집을 읽으시고 재미있다고 같이 웃어주시고 덕담도 해주시고 노래도 만들어주시는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의 시집을 읽게 될 독자분들께는, 꼭 읽어보시라고, 읽으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쯤 다시 시집을 발간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읽기 쉽고 재미있는 시집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집 속 시 맛보기>

 

흰나비

 

신미균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에

손바닥을 댄다

 

맞은편 아버지도

손바닥을 댄다

 

서로를 어쩌지 못해

머쓱하게 웃는다

 

잠시 그렇게 마주 보다

아버지가 환자복을 펄럭이며

조용히 날아간다

 

무늬만 남은 아버지의 손바닥이

내내 따뜻하다

―『빈티지풍의 달파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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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게임

 

신미균

 

기억장애와 방향감각을 상실한

엄마를 거울 앞에 앉힌다

삼면이 거울이다

 

스킨로션을 뒤집어

손바닥에 몇 방울 떨어뜨린다

얼굴이 얼굴이 얼굴이

무한 반복된다

손이 손이 손이

무한 반복된다

 

손바닥 두 개를 찰싹, 갖다 대고 비빈다

 

비빈다 비빈다 비빈다가

무한 반복된다

 

손바닥 사이에서 튀어 나간

스킨로션 방울들이

거울 속으로 튀어 들어간다

 

거울 속의 엄마를 찰싹 찰싹 찰싹

클릭한다

 

기억의 방울들이

초기 상태로 되돌아가나 보다

 

즐거워하는 엄마의

표정이 표정이 표정이

무한 반복된다

―『빈티지풍의 달파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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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파노라마

 

신미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식구들은 보이지 않고

 

방 안 물건마다

빨간딱지가 붙어 있다

 

방의 벽에

웃음을 칠하자

빨간 웃음이

벽의 혈관을 타고

뻗어 나간다

 

나는 지금

벽에 기대서서

웃음을 수혈 중이다

―『빈티지풍의 달파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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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그믐

 

신미균

 

알지도 못하면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아들이

 

가만히 있다 보니

어둠이 내려왔다

 

어둠도 입을 닫고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던 나와

벽 사이에 풀이 돋아났다

 

바람도 지루한지

달가닥달가닥

창을 흔든다

 

달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미안한지

오늘 밤은 어디 숨어

보이지도 않는다

―『빈티지풍의 달파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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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상황을 절묘하게 그려내는 신미균만의 해학적 시 쓰기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신미균 시인이 다섯 번째 신작 시집 『빈티지풍의 달』을 파란시선으로 발간했다. 신미균은 1996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 『웃는 나무』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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