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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가능성과 미학적 아우라를 놓치지 않는 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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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6. 3. 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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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윤수의 세 번째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시인동네시인선으로 발간

 

 

하린 기자

 

2011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사윤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가 시인동네 시인선 269권으로 출간되었다. 그는 두 번째 시집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을 통해 여백과 고요의 주름을 펼치며 내딛게 된 세계를 실감하는 장면들을 섬세한 언어로 추적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적극적인 염원을 통해 잃어버린 혹은 도래할 미래상을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비극적 세계를 견디고 좀 더 나은 것으로 바꾸어 보려는 의지는 언어적 가능성과 미학적 아우라를 놓치지 않는다.

 

사윤수 시인의 신간 시집 발간을 기념하여 <미디어 시in>에서 미니 인터뷰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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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세 번째 시집을 발간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답변: , 고맙습니다. 흔히 시집 출간을 자식에 비유합니다. 그럼 이번이 셋째가 되겠죠. 셋째는 아들일까, 딸일까요? 자신이 시를 쓰고 자신의 시집을 출간했기 때문에 이건 순수한 비유라고 인정해요. 그런데 저는 시나 시집을 자식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제게 저의 시나 시집은 언니같은 존재입니다. 오빠나 형이라는 호칭으로 대치할 수 있는 촌수가 아니라 오로지 언니로만 명명할 수 있죠. 한 시간 정도 빠른 쌍둥이지만 엄연한 언니, 그러니까 저는 못나고 부족해도 그 언니는 언제나 저보다 낫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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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2 : 두 번째 시집과 세 번째 시집 사이 변화 양상이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 양상을 가지고 있나요?

 

답변: 세 번째 시집 원고를 정리하는 동안은 오로지 퇴고에만 집중했어요. 시집이 나온 뒤에 저절로 객관적인 자세가 되어 읽어보니 그제야 느낌이 오더군요. 저의 정서나 주제, 내용은 크게 변한 건 없는데 문체와 표현이 더 밀착된 느낌(‘라는 단어가 자주 들어갔더군요)이었어요. 밀착은 단순히 가깝다는 의미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삶을 좀 더 깊게,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려했던 훈련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뼈를 오래 고아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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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3 : 시집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작품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답변: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를 자식이라 생각지 않지만, 비유한다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요. 시가 너에게는 거의 15년 전에 쓴 시입니다. 등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썼는데 이 시에는 제가 가장 많이 담겨 있어요. ‘파도 골짜기를 넘어 먼바다로 떠나/ 돌아오지 못할 2월이 너의 시였지는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 전에 잠시 있는 봄방학 때 부산 태종대 바위 위에 가서 바다로 뛰어내린 내용입니다. 부모님의 가정불화가 너무 싫고 힘들어서 그 모습 안 보려고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었지요. 그때 바다에서 실려 나와 지금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네요. 이제 이 시도 떠나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시집에 실었습니다. 장정일 작가님께 해설을 청탁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셔서 그 점도 특별히 귀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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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4 : 이 시집을 통해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주제나 주제 의식이 있나요?

 

답변: 시집 제목을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앵두장수가 쥐여준 슬픈 씨앗 한 되입니다. 시가 너에게시 구절에 슬픔은 들어 있지만 장수는 빠졌어요. 앵두장수를 사전에 찾아보면 잘못을 저지르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 사람을 이르던 말이라고 나옵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앵두장수가 쥐여준 열매에 속아서 사는 게 아닐까, 속이고 속으면서,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으며 날마다 검은 두부를 먹는 삶이 아닐까 싶어요.

웃는 먼지라는 시는 두 번째 시집에 있는 겨자씨가 웃다와 대칭에 있는 시입니다. 저는 수학을 모르지만 플러스 마이너스 승수에 그런 비수학적인 뜻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참 경이로웠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다 시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플러스 승수 시는 겨자씨가 웃다인데 마이너스 승수 시를 한참 뒤에 쓰게 되어 두 시가 따로 떨어져 있어요. 독자 이해를 돕고자 이번 시집에 겨자씨가 웃다를 나란히 싣고 싶었으나 지난 것은 지난 것에 두자는 편집부의 고견에 따라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우리 삶이 우는 먼지보다는 그래도 웃는 먼지가 낫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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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5 : 시를 쓰는 일 말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나 취미 활동이 있나요?

 

답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느 소설에서 읽었던 쏘아댈 너무 많은 화살을 가진 자라는 문장이 여지없이 떠오릅니다. 제가 딱 그 짝이 아닌가 싶습니다. 늘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간절히 미대에 가고 싶었으나 불발되어 철학과를 졸업했고, 사십 중반쯤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에는 한국무용학과에 편입하려 했어요. 그 후에 취미로 10년 정도 한국무용을 배웠습니다. 여러 번 군무 공연을 했고 단체로 이탈리아 아그리젠토 신전에 해외 공연도 다녀왔지만, 코로나가 터진 때부터 지금까지 쉬어서 몸이 굳고 순서를 잊어버렸네요. 사진을 잠시 배우기도 했고, 정자 건축이 좋아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글을 써서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악기도 몹시 배우고 싶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시 쓰기로 수렴하려 합니다. 그림은 가끔씩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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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6 : 자신만의 시 창작 루틴이나 버릇 혹은 노하우가 있으면 귀뜸해 주세요. 아니면 창작 시론을 짧게 말씀해 주세요.

 

답변: 아침 글쓰기를 한껏 하다가도 루틴을 지속적으로 유지 못하고 좀 들쑥날쑥 합니다. 루틴, 규칙... 분명히 필요한데 고정하면 부자유스러워 견디기가 어렵더군요. 전시회 관람과 연주회에 가는 건 노하우가 아니지만 창작에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저의 등단 시 청자...’도 전시회에서 보고 벅찬 전율을 느껴 썼으니깐요. 그날의 행운은 분명히 시의 언니가 제게 줬지 싶어요. 저는 문학 외적인 다른 예술 장르에도 관심이 많습니다(결국 다 크로스오버 되지만). 건축, 물리학, 그림, 사진, 철학, 영화, 음악, 무용, 그림책 등등에서 시적 영감을 얻곤 합니다. 그렇다보니 저의 시에 그런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이건 독서를 많이 한다는 자찬이 아니라 다양하게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독서의 폭이 넓으면 시선과 단어의 폭이 넓어지고 낯설게 하기는 저절로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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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7 : 중소출판사에서 발간한 시집이 2쇄를 찍기 힘든 현실에서 한 달 만에 2쇄를 찍었다고 들었습니다. 독자들의 사랑을 실감하시나요? 사랑을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추정되나요?

 

답변: , 실감 나는 일들이 많습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독자들의 호응이 삽시간에 sns에 퍼졌어요. 일간지에 한 편씩 시 소개를 하는 코너에도 몇 편 실렸고요. 무엇보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시집을 구매해 주셨습니다. 직원과 지인들에게 시적 감수성을 선물하기 위해 100권씩 구매하신 분도 두 분이나 계시고요. 지인들이 북콘스트도 근사하게 열어주셨습니다. 후원금이 많이 들어와서, 시집 때문에 제가 시집가는 기분이었어요. “요즘 보기 드문 존재론적 깊이의 시라는 어느 평론가님의 격려, 저의 시를 읽고 종일 가슴이 먹먹했다는 분도 있었고요, 많은 시인들이 격려 메시지, 전화, 메일도 보내주셨습니다. 청탁도 많이 들어왔어요. 시를 필사해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거나 심지어 시인의 말이 제일 마음에 드는 시라면서 필사했다는 분도 몇 분 있었어요. 대구의 어느 시조 창작반에서 저의 시집을 보고 스터디를 했다고 하더군요. 어떤 시집이 사랑을 받는다면 그 이유는 시에 대한 독자들의 공감과 작가에 대한 신뢰가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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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8 :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시집을 읽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나만의 시간을 많이 만들려 합니다. 산책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요즘 소홀했어요. 어서 산책을 재개하는 것이 가장 큰 계획입니다. 독자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말씀드린다면, 저의 시집엔 생사에 대한 시편이 많습니다. 유한한 삶 앞에서 일희일비는 각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표4에 필사한 파스칼 키냐르의 글이 그 의미를 압축하고 있어요. 거기까지 살뜰히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여 시 쓰기를 막 시작하신 독자들께서 뭘 써야 할지 고민하신다면 저는 뼈저린, 골수에 사무치는 것을 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가장 쉬우니깐요.

 

 

 

<시집 속 시 맛보기>

 

 

내일은 말이 없고

 

사윤수

 

당신은 내일에 가보셨나요

내일의 주소는 몇 번지지요

 

어떻게 하면 내일에

가볼 수 있죠

밤을 지새우고 나가보니

문 앞에 내일이 없네요

내일이 달아났나요

 

나는 내일에 대한 비전문가입니다

나는 기다림의 불구자,

기쁨이 오면 낯설고

맞이하는 데 서툴러요

행복을 만나면 어색하고

부끄러워 소리 내어 웃지도 못합니다

그 사이에 고난이 또

업그레이드되었군요

 

주문하지 않았는데

불안한 요리 한 접시가 나왔어요

결제하지 않았는데

입체적인 긴장 한 박스가

착불로 왔네요

누가 보냈을까요

내일이 시킨 걸까요

 

오늘로 건너올 수 없는 내일이

무지개 건너에서 꽃다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 시인동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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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

 

사윤수

 

수보리라는 글자는 쉽게 읽힌다

글자 속에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가 난다

흘러가다 다 닳고 떨어졌을까

세 음절에 받침이 하나도 없다

 

수보리 속에는 푸른 보리가 있고

나 시집가고 없을 때

혼자 많이 울어야 했던 동생 이름이 있고

 

크고 순하고 착했으나

어쩔 수 없이 팔려간 강아지 이름 보리가 있고

 

수보리 속에는

보리수가 있고

 

어진 스승이 수보리야, 하고 부를 때면

기수급고독원* 숲의

보리수 잎들이 은총처럼 아롱아롱 빛났을까

 

내가 공()을 모르기에

잔물결처럼 내내 불러보고 싶다

받침도 탁음도 없이 텅 비고 맑아서

이름 하나로 경전이 되는

 

수보리시여!

 

*부처가 불법을 전하던 숲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 시인동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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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두부

 

사윤수

 

검은 두부가 온다 밤마다 온다 검은 두부를 베어 먹고 뜯어먹고 어떤 이는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도록 움켜쥔다 검은 두부는 다음 날 아침이 올 때 사라진다 그것은 재고가 없다 해가 뜨고 기우는 동안 어디선가 검은 두부는 다시 생겨난다 누가 검은 두부를 만드는지 낳는지, 어디서 검은 두부가 자라는지 누구도 모를 일 검은 두부는 또 베어 먹히고 뜯어 먹힌다 누구든 검은 두부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잠든 것들의 눈으로 콧구멍 속으로 검은 두부가 들어간다 죽은 것들의 입속에도 검은 두부가 가득 차 있다 누가 적게 먹든 많이 먹든 검은 두부는 남거나 모자라는 일이 없다 아무도 자기가 검은 두부를 먹은 줄 모르고, 서로 묻지 않는다 저물녘 흙바람 불 때 눈물이 맺히는, 잊지 못할 누구를, 찾아야 할 무엇이 있어 검은 두부는 오는 걸까

 

당신은 이곳에서 검은 두부를 사거나 팔 수 있습니까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 시인동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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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가능성과 미학적 아우라를 놓치지 않는 시 쓰기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사윤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가 시인동네 시인선 269권으로 출간되었다. 그는 두 번째 시집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

www.msi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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