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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강물 속에서 뒤척이는 이랑과 반짝이는 찰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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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6. 4. 2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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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식의 여섯 번째 시집 괜찮은 꿈, 문학들시인선으로 발간

 

 

하린 기자

 

박노식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괜찮은 꿈을 문학들시인선으로 발간했다. 그는 그동안 다섯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시화집을 펴낸 바 있는데, 그 터울이 1~2년 사이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가히 폭발적인 창작열이다. 터울이 짧아질 때 염려하는 것인 바로 미학적 완성도이다. 그런데 박노식 시집 속 시들은 태작(駄作)이 하나도 없다.

 

그는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전남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온몸을 불태우고 있다. “어느 날은 종일/ 눈이 비고/ 주위엔 새소리뿐,/ 헤어질 사람도/ 애써 맞이할 얼굴도/ 없으니,/ 돌부처 하나를 곁에 둔다.”라고 한 시인의 말처럼, 시끄러운 세상일을 끈 채 돌부처의 마음으로 시심을 욕심 없이 풀어내는 일에 몰두한다.

 

일찍이 사랑에 대한 시편을 엮은 네 번째 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에서 그는 사랑은 멀고/ 꺾인 꽃은 또 꺾이고/ 나의 노동은 감옥”(이른 아침, 멍하니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다)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시 쓰기의 치열한 현장인 그 사랑의 감옥에서 그는 달과 별, 바람과 구름, 산과 호수, 꽃과 새와 나무들과 함께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시인의 길을 모색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서정의 거름종이로 투과시킨 맑은 시어들을 또다시 길어 올린다. 그 시어들로 단아한 시선과 깊이를 선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조응과 확산을 통해 생명과 우주의 순환을 직관한다. 그리하여 시간의 강물 속에서 뒤척이는 이랑과 반짝이는 찰나의 의미를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다.

 

가령 흔들리는 잎들을 바라보며 잎마다 표기할 수 없는 악보들이 숨어서” “나의 귀는 어느덧 소리의 애인이 되었다”(오래 흔들리는 잎들은)라고 한다거나, “떠나는 것은/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표지의 아름다움을 가만히 덮어두는 일과 같다”(그러므로 떠나는 것은)라고 하는 구절 등을 통해 우리는 그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이 노래하는 괜찮은 꿈이란 결코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폭설로 고립된 한 마리 짐승처럼 생사의 갈림길에서 부르는 절체절명의 노래다. “눈길에 미끄러져 바둥대던 고라니여러 번 무릎을 세우려다 넘어지고 그러나 마침내 일어서서”, “애쓰면서 제 길을 걸어”(괜찮은 꿈) 가는 것처럼, 그는 슬펌프가 찾아오더라도 묵묵히 시인의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시집 괜찮은 꿈은 그 아름다움 길로 독자들을 기꺼이 끌어당기는 초대장이 될 것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괜찮은 꿈

 

박노식

 

한 마리 짐승처럼 내가 고립되는 건 괜찮은 꿈이야

 

폭설은 사람을 내향적으로 만들고

혼자여서 다 잊기로 한 지난날은 터널이 되는 거지

 

경험은 그만큼 낯익은 비밀을 만들지만 혹독한 내상內傷을 입고 떠밀린 자는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진지한 표정은 상처에 약하고 자주 두리번거리는 자는 낯섦이 많아

 

눈길에 미끄러져 바둥대던 고라니 한 마리를 본 적이 있지

 

여러 번 무릎을 세우려다 넘어지고 그러나 마침내 일어서서, 애쓰면서 제 길을 걸어갔던 거야

 

생애 최초의 경험인 듯 새끼 고라니는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어

―『괜찮은 꿈, 문학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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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밖으로 난 길

 

박노식

 

진 꽃을 보고 위안을 받는 이가 있다면 그는 지금 아픈 사람이다

 

꽃잎을 말려 작은 유리병에 넣고 오래 들여다보는 일처럼 기억은 가슴이 남긴 잔상 같은 것이다

 

아름다움은 지워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마른번개에 가슴이 베이고 절벽 끝에 서 있을 때,

금이 간 바위 틈에선 반드시 새로운 씨앗이 싹튼다

 

붙들 수 없는 것들은 아직 찾아오지 않는 것과 같다

 

계절 밖에서 꽃을 모르고 살아가듯 내 뒤로 흘러간 얼굴들은 모두 그늘 속에서 태어났다

―『괜찮은 꿈, 문학들, 2026.

 

-

 

가을밤의 호수

 

박노식

 

밤의 가을 호수는 한낮에 비친 먼 산의 단풍들을 조용히 물속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면 단풍들은 호수의 품 안에서 열이 내리고 뜨거워진 볼이 차츰 가라앉는다 칭얼대는 몇 잎은 한적한 호숫가로 안고 가서 잔물결로 토닥토닥 재우고, 호수마저 지쳐서 눈을 감을 때는 박 같은 큰 달이 앞산 위로 올라와 살며시 웃고 별들은 반짝이는 입술로 밤새 뽀뽀를 해 준다

―『괜찮은 꿈, 문학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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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혼자인 사람

 

박노식

 

아주 오래 혼자인 사람은 관속의 적막처럼 텅 빈 눈으로 꿈을 꾼다 밤이 오면 하늘이 그를 데리고 가서 별들의 파수병으로 세우고 이른 아침에 내려보낸다

―『괜찮은 꿈, 문학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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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기자 박노식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괜찮은 꿈』을 문학들시인선으로 발간했다. 그는 그동안 다섯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시화집을 펴낸 바 있는데, 그 터울이 1~2년 사이로 점점 짧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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