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린 기자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남규 시인이 네 번째 시조집 『그렇게 했을 것이다』를 ‘헤겔의휴일’ 출판사에서 발간했다. 시인은 그동안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소외받고 있는 시조를 통해 자신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했고, 존재 양식으로써 시조를 새롭게 정착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이번 신간시집에서도 시인은 다양한 감각을 통해 장르적 확장을 도모한다. 다양한 화자나 대상을 등장시켜 다층적인 목소리를 반영하고 다채로운 시 세계를 펼쳐나간다. 기존의 자기고백적인 서정에만 몰두하지 않고 시조만이 갖는 특별한 리듬과 더불어 결핍과 외로움을 뚫고 나아가는 생의 지속성을 견지했다.
추천사를 쓴 이혜미 시인의 언급대로 이 시조집은 “힙하고 쿨하다. 젤다의 전설과 슈퍼 마리오, 탕후루와 EDM, 버거킹과 드래곤볼을 오가는 김남규의 시는 X세대와 MZ세대를 빠른 템포로 넘나” 들면서 시집 곳곳에 “깊은 서정과 슬픔을” 반영하고 있다.
김남규 시인의 신간 발간을 기념하여 <미디어 시in>에서는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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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네 번째 시집을 발간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답변: 근 몇 년 동안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시집과 소설집, 에세이와 철학 등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 덕분에 작품들을 많이 쓸 수 있었습니다. 문장과 함께 시간을 버텼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을 한 권의 시집으로 묶을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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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이번 시집은 시조집 최초로 ‘텀블벅’을 통해 발간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텀블벅’을 하게 된 계기와 결과와 의미를 알려주세요.
답변: 제가 아끼는 후배가 몇 년 전에 펀딩으로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시집을 낸다는 일이 참으로 의미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펀딩을 마음먹고 시집 발간을 준비했습니다. 펀딩해도 될 만큼 좋은 시집을 내겠다고 작정하고 썼습니다. 그러나 후원자에게 선물할 굿즈(goods)가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요. 서점에서 우연히 미니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서 ‘이거다’라는 생각에 바로 ‘시집+미니북’을 생각해 냈습니다. 출판사에서 오래 일한 경력 덕분에 표지부터 본문까지 제가 직접 시집과 미니북을 편집하고 디자인했습니다.
인쇄 넘길 때쯤 여러 군데 대형서점을 알아보았는데 담당자가 장기 휴가 갔거나, 책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펀딩이 불가했습니다.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결국, 출판사 <헤겔의휴일> 대표님의 고군분투 덕분에 ‘텀블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목표금액을 과연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었지만, 아주 성공적으로 펀딩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펀딩해 주신 후원자님들 덕분이죠! 후원자 136명, 후원금 500여만 원을 최종 달성하였습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시집과 미니시집(미니북)을 동시에 발간할 수 있었고, 특히 미니시집을 받으신 분들이 많이 좋아하셨습니다. 참신하고 예쁘다구요. 저도 처음 해본 프로젝트였습니다만, 펀딩도 재미있었고 미니시집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펀딩이 아니었다면 시집과 미니시집은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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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혹시 세 번째 시집과 네 번째 시집의 변화 양상이 있나요? 아니면 같은 흐름을 갖고 있나요?
답변: 멋모르고 냈던 첫 시집 이후로(첫 시집을 모조리 찾아 분서갱유하고 싶습니다), 매 시집마다 새로운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크게 다를 바 없는 시집을 계속 내는 것은 자기표절이 아닐까 합니다. 두 번째 시집 『밤만 사는 당신』은 ‘밤과 타자’, 세 번째 시집 『나의 소년에게』는 ‘소년성’, 이번 네 번째 시집 『그렇게 했을 것이다』는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웠습니다. 제가 알고 있고, 제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조금이라도 넓히고 싶었거든요. 앞으로 시집을 또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다음 시집의 콘셉트는 이미 정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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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조집에 새로운 시도로 읽히는 작품이 보입니다. 시조의 정체성과 새로운 시도 사이에 고민이 많았을 텐데요. 과감하게 시조에 다양한 요소들을 접목시킨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그런 시도를 계속할 것인가요?
답변: 네. 앞으로도 저는 시와 시조의 경계 끝까지 갈 것입니다. “여기를 넘어가면 시조가 아니지”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시조의 지경을 최대한 넓히고 싶습니다. 그렇게 넓어진 세계가 결국 나의 세계이고 나의 정체성이니까요. 아직도 저는 하고 싶은 모험이 많습니다. 따라서 저에게 시조든 시든 장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사람의 마음에 가닿고자 하는 일이, 이 세계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 제가 지금까지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다만 저는 시조로 등단했으니,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시조로 마음껏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정말 놀 게 무궁무진합니다.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게 있다면 누가 제게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제가 알고 있고 하고 있는 것 중에 제일 재미있는 것이 시조이자 글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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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을 0부~7부로 독특하게 구성했는데요 어떤 의도가 깔려있나요?
답변: 처음에는 대부분의 시인이 하듯이 시편들을 편의상 4~5부로 나누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심심해 보였습니다. 마음에 썩 들지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저는 한 작품을 하나의 부로 하는 ‘0부’, ‘6부’, ‘7부’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세 작품은 시집 원고를 묶으면서 마지막에 새로 썼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세 작품을 쓰면서 시집 전체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완전한 수 ‘7’이라는 상징을 염두에 두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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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작품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답변: 모든 작품에 애착이 갑니다! 굳이 꼽아야 한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작품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최근에 가장 감명 깊게 본 일본 애니메이션 <장송의 프리렌(葬送のフリーレン)>을 소재로 썼습니다. ‘그렇게 했을 것이다’는 이 애니메이션의 유명 대사입니다. 애니메이션 서사 전체를 압축한 문장이기도 하구요. 이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은 어떤 느낌인지 아주 잘 아실 것입니다. 시집 제목으로 가져오기도 한 이 작품은, 시집 전체를 아우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저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힘멜처럼 진정한 ‘용사(勇士)’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고 있는 11살 아들도 이 작품을 무척 좋아해 줘서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표제시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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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를 쓰는 일 말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나 취미 활동이 있나요?
답변: 여전히 저는 철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작년에는 쿠팡 물류센터에 직접 가서 일하기도 했고, 재작년에는 갑자기 스케이트보드가 타고 싶어서 유튜브로 독학하며 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왼쪽 팔꿈치 뼈에 금이 갔습니다. 11살 아들이 갖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러닝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EDM 디제잉(DJ-ing)에 빠졌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남에게 들려주는 일도 멋진데, 하나의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음악을 틀 수 있다는 데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가히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틈날 때마다 장르 불문하고 국내외 DJ의 음악을 들으며 디제잉 믹서를 검색해서 보고 있지만, 아직 믹서기를 살 수 있는 용기‘는’ 갖지는 못했습니다. 아내의 허락이 떨어지면, 바로 용기가 생길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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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시집을 읽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앞으로도 저는 계속 남편과 아버지로서 강의하고 공부하며 글 쓰는 일을 할 것입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저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응답이자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하고 미련한 작품들이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입니다. 독자 역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시조집 속 시조 맛보기>
그렇게 했을 것이다
―용사 힘멜의 죽음으로부터 28년 후
김남규
터무니없이 아름다웠지
산과 길 등에 업고
밤에는 별 낮에는 꽃
무담武談을 이어갔지
시간은
신의 도끼였는데
나만 피했어
나만 남았어
못다 한 오늘의 은유
내일이라는 상자에 넣고
하나씩 열어보는 슬픔
다시 넣는 일상이라는 슬픔
결말은
정해졌지만 용감하게
나만 앞으로
앞으로
― 『그렇게 했을 것이다』, 헤겔의휴일, 2026.
_
한 바퀴
김남규
꽃 하나 문 열고 인사하는 아침이야
나무가 새를 붙잡듯 모든 말에 붙잡힌 우린
시 첫 행
손에 쥐고 입에 물고
한 바퀴
돌기로 해
*
무늬는 무늬끼리 고달픈 법이래
창문의 감시 받으며 착하게 밤을 지키자
하루를
필사하는 마음으로
한 바퀴
더 돌까
― 『그렇게 했을 것이다』, 헤겔의휴일, 2026.
_
복수
김남규
매번, 시 앞에서
창피당한 나는 말이죠
세상 모든 시집을 샀어요
복수를 다짐했으니까요
시집을
다 찢어발기고 나서
몇 개의 부사만
간직합니다
버려진 시들 모으고 꼬아
세상 튼튼한 밧줄 만들어
영원 가까이 내려갑니다
혹시 보면, 끊어주세요
오래전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날 잡아먹을
겁니다
― 『그렇게 했을 것이다』, 헤겔의휴일, 2026.
_
젤다의 전설
김남규
하늘 위 하늘
땅 아래 땅
살아가는 것도 일이라지
외눈박이든
반인반수든
눈을 피하면 안 되는 곳
공주는
또 언제 납치당했는지
보스전이
눈앞인데
곧 부서질
칼과 활 들고
하루씩 버티는 씩씩함
두 발 달린
이야기는
월드맵 저 먼 곳까지
먼 훗날
필사본으로 남을 거다
그것이 바로
시집詩集이지
― 『그렇게 했을 것이다』, 헤겔의휴일, 2026.
_
공부가주
김남규
부사副詞는 앞에 두고 제祭를 올립니다
문장을 미신 삼아 사계절을 다 씁니다
우리가 애써 그은 밑줄마다 꽃은 피고 또 지고
종이의 흉터에 목적 없이 골몰하면서
얼토하고 당토하게 여기서만 울 것입니다
모든 게 詩라고 우기는 씩씩함을 믿습니다
― 『그렇게 했을 것이다』, 헤겔의휴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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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다채로운 세계와 다층적인 목소리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남규 시인이 네 번째 시조집 『그렇게 했을 것이다』를 ‘헤겔의휴일’ 출판사에서 발간했다. 시인은 그동안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소외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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