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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애도’를 뛰어넘는 비극적 상상력과 죽음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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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6. 6. 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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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의 다섯 번째 시집 전업 눈사람, 시인의일요일에서 발간

 

 

 

하린 기자

 

  2007문화일보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륭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전업 눈사람을 시인의일요일에서 발간했다. 전업 눈사람눈사람이라는 독특한 시적 존재를 중심에 두고, 죽음과 상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언어로 붙들 수 있는지를 탐색한 시집이다. 여기서 눈사람은 매일 조금씩 녹아 사라지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다시 태어나는 존재로서 시인의 자의식을 대변한다. 죽음과 소멸의 한가운데서도 동심을 잃지 않으려는 시인의 의지가 바로 눈사람의 형상으로 구현된 것이다.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정서는 슬픔애도이다. 시인은 어머니의 병상과 애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울음이 배면에 깔린, 사유의 깊이가 동반된 시를 창작한다. 시인은 요양병원에 누운 어머니를 산 채로 묻으려고 간다”(염소)고 고백하며, 죽음을 단절이 아닌 관계의 새로운 양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전업 눈사람이 다른 시집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죽음을 맞이하는 장례분갈이라는 라이트모티프를 통해, 죽음의 자리를 다른 차원의 영속성으로 이식하는 독특한 시적 알고리즘을 갖는 점이다. 시인은 함께 살던 기다림을 다른 종으로 옮겨 심고 물을 들일 때까지 그림자는 두고 가세요. 고쳐 쓸 수 있는 식물처럼 당신이 떠난 후 사람이 아니라 흙 묻은 바람으로 산다 한들 고요는 다시 내게 뿌리를 건넬 것이다.”(분갈이-박정임 여사께)라고 언술하며, 죽음 이후에도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단순한 비극적 상상력을 넘어, 삶의 태피스트리(손으로 짠 직물 예술의 한 형태) 속에 죽음이 어떻게 다른 결로 짜여 들어가는지를 탐색하는 깊이 있는 통찰이다.

 

  『전업 눈사람은 죽음과 애도를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공동체적인 문제로 확장한 의미 있는 시집이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 상실과 슬픔이라는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독자들이 슬픔 속에서 자신을 재인식하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전업 눈사람

비석

 

김륭

 

가만히 누워만 있던 엄마의 울음이

일어섰다. 요양병원을 혼자

걸어 나왔다.

 

그 울음을 말려야 한다. 내 숨까지 말려서

말이 될 때까지 돌이 될 때까지

서서

 

나는

바람에도 지워지질 않을

문장을 써야 한다.

―『전업 눈사람, 시인의일요일, 2026.

 

-

 

분갈이

박정임 여사께

 

김륭

 

고요가 흰머리를 드러냈다.

 

꼭꼭 닫아둔 창문으로 새어든 찬바람이

머리맡에 놓이면, 병실은 잠시

흙을 기다리는 화분……, 바지 밑으로 밤을 내리기 위해

화장실 물소리가 부풀어 오를 때마다

그림자가 자랐지.

 

십 년을 넘게 누워만 있는 당신

오래된 눈송이처럼 자꾸 날아오르려는 눈꺼풀

쓸어주면서

 

가만히 고요를 옮겨 심었다.

함께 살던 기다림을 다른 종으로 옮겨 심고

물을 들일 때까지

 

그림자는 두고 가세요. 고쳐 쓸 수 있는

식물처럼

 

당신이 떠난 후 사람이 아니라

흙 묻은 바람으로 산다 한들 고요는

다시 내게 뿌리를

건넬 것이다.

―『전업 눈사람, 시인의일요일, 2026.

 

-

 

고막

 

김륭

 

잠을 구경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도 얼굴을 알아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사실이 있었다. TV를 켜놓고 혼자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듯 뭔가를 하나씩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창백해진 기억이나 죽기 직전의 기분 같은, 밤을 듣고 있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혼자 하고 있었다. 무인 노래방에 떨어뜨려 놓고 간 고막을 줍고 있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눈이 왔는데 눈사람이 없네요. 혼자여서, 아무도 죽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다시 태어나도 모르는 사람이 될 때까지, 나는 나보다 먼저 죽겠다는 잠의 거짓말을 알아듣는다.

―『전업 눈사람, 시인의일요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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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애도’를 뛰어넘는 비극적 상상력과 죽음 의식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륭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전업 눈사람』을 시인의일요일에서 발간했다. 『전업 눈사람』은 ‘눈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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