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린 기자
첫 시집 『해바라기 씨앗은 몇 개일까』에서 친환경적인 사유와 뛰어난 상상력을 펼쳐왔던 조남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숲, 그리다』를 더푸른시인선으로 발간했다. 첫 시집에서 자연물과 오늘날 우리가 자주 접하는 현상을 접목시켜 상상력을 펼치곤 했는데, 완성된 작품들마다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조남걸은 『숲, 그리다』에서 ‘에코적 상상력’을 ‘에코적 휴머니즘’으로까지 확장해 나간다. 레비나스가 말한 타자성을 바탕으로 타자에 해당하는 모든 자연과 인간을 귀한 존재로 인식하고, 정밀하게 관찰하고 섬세하게 사유해서 타자들을 전부 개별화시킨다. 관습적인 방식대로 이해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고, 그 자체가 품은 절대적인 다름(타자성)을 인정하면서 시적 사유를 형상화시킨다. 그로 인해 자연물이 가진 몸짓과 리듬, 존재론적인 의미를 남다르게 그려낸다.
『숲, 그리다』는 도시 문명에 찌든 이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에코적 상상력’과 ‘에코적 휴머니즘’이 내뿜는 따뜻하고 싱그러운 정서를 맛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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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 시 맛보기>


숲의 교향악
조남걸
비 내리는 설봉산 산림욕장에서
대금 연주를 하는데 대금의 음색이 박새를 불러왔을까
가까이 다가와 추임새를 넣는다
불현듯 시작된 숲속의 심포니
지휘자는 수양벚나무다
늘어진 나무줄기가 지휘봉이 되어 리듬을 탄다
빗방울이 떡갈나무 잎을 두드리고
바람이 졸참나무 잎을 흔들어 북을 대신한다
박새를 따라 나머지 새들도 전부 합주에 동참한다
휘파람새 되지빠귀 딱새 뻐꾸기 비둘기 고음과 저음이 절묘하다
코러스를 넣는 매미
장끼는 간간이 아니리 소리를 하고
능선을 넘던 까마귀는 간주를 맡았다
조팝나무 덤불 속 붉은머리오목눈이 무리가 춤을 추니
개울가 쑥부쟁이도 가녀린 줄기를 흔들며 군무를 춘다
여름내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어지는 숲
나는 매번 VIP석에 앉아 황홀에 든다
―『숲, 그리다』, 더푸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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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독山讀
조남걸
나는 산나물과 버섯을 따고
야생화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
산 쪽만 바라봐도 엔돌핀이 샘 솟는다
쉬는 날이면 기어코 달려간다
힘들게 오르락내리락하며
길이 없는 산을 정독한다
버섯과 산삼이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꼭 있을 것 같던 능이와 송이버섯도 숨겨져 있다
섬세하게 읽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산의 맥
한 줄 한 줄 섬세하게 읽을 때
문득 감동처럼 산삼이 오고
귀하디귀한 송이와 능이도 온다
산은 읽어야 할 페이지를 너무 많이 숨겨 놓았다
어릴 적 소풍날 보물찾기하듯 한다
같은 자리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위치에 따라 안 보이다가 보여주기도 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르다
나는 오늘도 산에 푹 빠져 열렬한 구독자가 된다
―『숲, 그리다』, 더푸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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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의 하루
조남걸
봄은 차이를 공부하는 계절
산수유꽃은 꽃자루가
생강나무꽃보다 길지만
향기가 없다
매화는 살구꽃보다
꽃술이 적고 향기가 짙다
동백은 송이로 낙화하고
애기동백은 꽃잎으로 낙화한다
개나리의 노랑과 민들레의 노랑은
다른 질감을 갖는다
나는 차이를 발견하느라
외출이 잦아진다
집에 돌아오면
머릿속이 온통 꽃밭이다
―『숲, 그리다』, 더푸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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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
조남걸
오늘도 나무는 명상 중입니다
천천히 숨을 쉬며 호흡에만 집중합니다
산을 넘어온 바람이
소문을 풀어 놓습니다
솔잎 사이를 지나고
신갈나무 잎을 흔들며
참선까지 흔듭니다
내버려둡니다
새들이 정수리를 간지럽혀도
끝까지 자세를 풀지 않습니다
나는 어디서 왔습니까
뿌리가 있는데도 뿌리를 묻습니다
낙엽은 미래입니까 과거입니까
백 년 동안의 선문답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을 찾는 사이
꽃이 피고 열매가 매달립니다
일곱 살 아이가
백혈병을 앓다가 이곳에 왔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유골
깊고 넓은 뿌리로 품어 토닥여 줍니다
햇볕을 마음껏 쬐라고
우듬지까지 영혼을 올려보냅니다
이젠 아이와 함께 명상합니다
동자승처럼 아이가 웃습니다
오늘의 깨달음은 잡티 하나 없이 해맑습니다
―『숲, 그리다』, 더푸른, 2026.
‘에코적 상상력’으로 ‘에코적 휴머니즘’을 구현한 시집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에코적 상상력’으로 ‘에코적 휴머니즘’을 구현한 시집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첫 시집 『해바라기 씨앗은 몇 개일까』에서 친환경적인 사유와 뛰어난 상상력을 펼쳐왔던 조남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숲, 그리다』를 더푸른시인선으로 발간했다. 첫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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