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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음의 결을 바탕으로 시를 쓰고 ‘예버덩문학의집’을 운영하는 조명 시인1

스페셜 집중조명

by 미디어시인 2023. 1. 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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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년에 2회에 걸쳐 입주작가와 작가지망생 모집

 

 

 

인터뷰 진행: 하린 시인

 

스페셜 집중 조명에 조명(趙明) 시인을 초대했습니다. 조명 시인은 대전 유성 출생한 후 2003년 신경림 시인 추천으로 계간 시평등단했습니다. 시집 여왕코끼리의 힘,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등 출간했으며 제6매계문학상수상했습니다. 이러한 약력을 가진 조명 시인은 20157월부터 8년째 예버덩문학의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시in>에선 인터뷰를 통해서 문학의 집에 관한 이야기와 시 세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요즘 근황을 말씀해주세요.

 

답변: 지난 11월 말일로 올해 집필실 운영 마무리하고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예버덩문학의집이 쉬어가요. 그래서 지금은 저 혼자 고요히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시간이 참 좋아요. 주말에는 서울에 있는 집에 다녀오구요.

 

2. , 그렇군요. 문학의 집이 겨울(12~2)엔 운영을 안 하는군요. 그 기간엔 무슨 일을 주로 하나요?

 

답변: 횡성이 원래 추운 곳이긴 한데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려서 따듯한 창 안에서 꽁꽁 언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많아요. 그동안 바빠서 못 읽고 쌓아두었던 책들 천천히 읽고 매일 몇 줄씩이라도 써보려고 애쓰며 지내고 있어요. 오늘 새벽엔 김정환 시인이 번역한 햄릿을 다시 읽었어요. 한낮엔 방한복으로 둘둘 감고 예버덩을 감아 흐르는 주천강 쿵쿵소에 습관처럼 나가보곤 하는데 거기서는 추운 얼음판 밖에서 겨울 햇빛이 노랗게 들어선 얼음판 안쪽을 들여다보게 되요. 조그만 물고기들이 맑고 따듯해 보이는 강물 속을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며 놀다가 제가 한 걸음만 쿵, 디뎌도 순식간에 다 사라져요. 제가 침략자인 걸 아는가 봐요. 저는 사실 예버덩 생활이 참 행복합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편히 하기도 어렵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수상한 시대를 겪어오는 중에 이런저런 큰 재난과 사고와 전쟁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지난겨울엔 저도 백신 부작용으로 지독히 앓던 기억이 나네요.

 

 

3. ‘예버덩문학의집을 운영하면서 작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이 많았을 것 같아요. 몇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반대로 속상했던 일이나 아쉬웠던 일이 있으면 그것도 슬쩍 귀뜸해주세요.

 

답변: 지난 7년여 동안 200여 명의 작가들이 다녀갔으니 그동안 입주작가들의 우수 작품집 출간이나 문학상 수상 등으로 인한 기쁨은 이미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죠. 일단 올해만 해도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지망생이 있구요. 문학상 수상자도 봄부터 네댓 명 소식을 전해왔구요. 베스트셀러 소설집을 출간한 젊은 작가도 있어요. 이제 개별 실적보고서를 다 받아보면 더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끈따끈한 작품집과 수상 소식들을 보내올 땐 참으로 기쁘고 보람있어요.

입주작가 관련해서 특별히 속상했던 일은 말을 안하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없구요. 아쉬웠던 일은 올해 운영위원들이 입주작가 심사를 할 때 한 명이라도 더 기회를 드리려고 하다 보니 작가 1인당 입주 기간이 짧아져서 작가들이 요청한 만큼 충분한 기간을 드리지 못했어요. 만족도조사서를 받아보니 작가들이 그 점을 가장 아쉬워해서 저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늘 제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일은 따로 있어요. 방갈로 집필실을 빨리 헐고 제대로 된 집필실을 작가들에게 지어주고 싶은데 경제적인 여건상 자꾸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4. ‘예버덩문학의집풍광이 너무나 좋은데요. 가만히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될 것 같습니다. 이곳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답변: 하하 이 얘기는 역사가 길어요. 이 마을은 저의 시아버님과 남편의 고향입니다. 40년 전 신혼 시절 제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시부모님과 남편을 따라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구불구불 굽이굽이 끝도 없이 달려 처음 이 마을에 내렸을 때 저는 차멀미를 심하게 했는데도 일단 마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 이렇게 아름다운 강마을이 다 있다니!’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고는 바로 강으로 내려가 손을 씻으며 건너다본 장소가 바로 주천강 하회지역 안쪽에 위치한 지금의 예버덩문학의집자리입니다. ‘, 예뻐라!’ 탄성을 질렀더니 시아버님이 저기에도 우리 땅이 조금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그러니까 첫눈에 홀딱 반한 자리인 거죠. 그 후 좋은 기운이 저에게 몰려왔는지 인접한 땅 주인들이 제안하셔서 아버님이 주신 땅 앞뒤로 땅을 더 구입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2014년에 예버덩문학의 집을 지었습니다.

 

 

5: ‘예버덩문학의집을 운영하는데 많은 비용이 따를 텐데요. 그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시나요?

 

답변: 예버덩문학의집은 제 이름으로 가진 사재를 다 털어서 지었구요. 집필공간 운영 비용은 첫해를 제외하고는 7년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나라에 감사해야 할 일이죠. 지출 항목에 따라 남으면 반납하고 좀 부족하면 제가 부담하고 그래요.

 

6. ‘예버덩문학의집집필실에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고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답변: 저희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년에 2회에 걸쳐 입주작가와 작가지망생 모집 공고를 합니다. 예버덩문학의집 홈페이지,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등을 통해 공고를 하는데, 작가지망생의 경우는 지도교수나 기성 작가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서 제출해야 해요. 신청서는 예버덩문학의집에서 제공하는 양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입주작가 선정은 집필계획이 충실하게 되어 있는지, 문학적 성취도와 공헌도는 어느 정도 있는지, 입주해야 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운영위원들이 심사를 통해 결정하죠. 2년 이내에 창작집을 발간하기로 출판사와 계약이 되어 있는 경우는 우대하기도 합니다.

 

 

7. 시와 관련된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2003년 계간 시평여왕코끼리의 힘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시고 2008년에 여왕코끼리의 힘(민음사, 2008)을 발간하셨습니다. 섬세하면서도 활달한 상상력이 돋보였는데요. 그 어떤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의 신념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시집에서 본인이 펼치고 싶었던 세계와 첫 시집을 내면서 있었던 일, 주변 사람들의 평가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답변: 첫 시집 여왕코끼리의 힘은 멋모르고 마음껏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 짓는 일에 대한 열정과 마약 같은 행복감뿐이었어요. 그러니 시에 대한 신념도, 펼치고 싶은 세계도 정확히 알지 못했죠. 그게 아마도 제가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어요. 단지 제 머릿속에는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첫 시집을 내면서 저로서는 정말 과분한 평을 많이 받았죠. 신경림 선생님은 아름다운 서정시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최승호 시인은 새로운 문체에 대해, 김백겸 시인은 열정과 상상력의 깊이에 대해, 차창룡 시인은 언어를 운용하는 솜씨에 대해 등등 평을 해주셨습니다. 살다가 어떻게 그런 경험을 다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가장 기분 좋게 들었던 말은 신인 시절 문학행사장에 갔을 때 몇몇 분들이 그 여왕코끼리가 이 여왕코끼입니까?” 하고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주던 말이에요.(웃음)

 

 

8. 여왕코끼리의 힘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작품과 본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을 한 편씩 소개해 주세요.

 

답변: 특별히 관심을 받은 작품은 여왕코끼리의 힘이구요, 제가 썼지만 참 아름다운 시라고 여기며 아끼는 작품은 모계의 꿈입니다. 그러나 시인에게 있어 자작시는 한 편 한 편이 다 제 새끼 같아서 이런 말을 하고 나면 늘 나머지 시들에게 미안해요.

 

9. 2020년에 두 번째 시집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민음사, 2020)를 발간하셨습니다. 12년 만에 나온 시집이니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네요. 왜 그렇게 긴 터울을 두고 시집을 발간하셨나요?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합니다.

 

답변: 제가 첫 시집의 표제를 정할 때 여왕코끼리의 힘모계의 꿈을 놓고 갈등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두 분 스승께 상의를 드렸는데 신경림 선생님은 단연 여왕코끼리의 힘이라고 말씀하셨고, 고형렬 선생님은 모계의 꿈을 권하셨어요. 신 선생님은 신인의 첫 시집은 새롭고 강렬한 흡인력이 있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고, 고형렬 선생님은 여왕코끼리의 힘을 표제로 가지고 나가면 시가 너무 세서 평생 시를 쓰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의견이셨죠. 그때 저는 여왕코끼리의 힘을 표제로 정하면서 부담은 극복해 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 말씀이 딱 맞더라구요. 역시 고수는 고수이셨어요. 첫 시집으로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을 했는데 그 부담을 이기지는 못해서 도무지 시가 써지지 않는 거예요. 깊고 긴 슬럼프에 빠져 몸에 병을 키우면서까지 움츠러든 채로 12년 걸려 두 번째 시집을 내게 된 겁니다.

 

10.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에 실린 시 중에서 세족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가 되었습니다. 실감하시나요?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시를 창작하게 된 계기와 창작 과정과 함께 말씀해주세요.

 

바다가 섬의 발을 씻어 준다

돌발톱 밑

무좀 든 발가락 사이사이

불 꺼진 등대까지 씻어 준다

잘 살았다고

당신 있어 살았다고

지상의 마지막 부부처럼

섬이 바다의 발을 씻어 준다

-세족전문

 

답변: ‘세족은 제 남편의 70회 생일선물로 헌정한 시예요. 그 생일 한두 해 앞두고부터 어떤 선물을 해주면 좋을까 슬금슬금 고민하던 중에 어느 날 발을 씻어주는 이벤트가 생각났어요. 신혼여행 때 쑥스러워하는 남편을 굳이 앉혀놓고 장난스럽게 발을 씻어준 일이 있었거든요. 더 늦기 전에 한 번 더 발을 씻어줘야지 생각하니 , 됐다!’ 싶고 마음이 즐거워지더라구요.

그 무렵 제주도로 연수를 가게 되어 버스로 해안도로를 지나갈 때 창밖으로 파도가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 풍경이 펼쳐졌는데 마치 바닷물이 저만치 보이는 작은 섬의 발을 씻어주는 거 같았어요. 그때 바로 바다가 섬의 발을 씻어 준다라는 첫 구절이 떠올랐죠. 그 다음에는 섬의 특성상 물이 닿는 위쪽은 주로 나무가 자라고 있고 아래쪽은 돌만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돌처럼 굳은 남편의 엄지발톱이 연상이 되고 생각이 불 꺼진 등대로 이어지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어요. ‘, 시다!’ 싶었던 거죠. 그래도 마지막 한 구절은 기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소리 내어 읽고 또 읽던 어느 순간 섬이 바다의 발을 씻어 준다가 저절로 입에 붙더라구요. 써 놓고 보니 그 구절이 절묘했어요. 그렇게 태어난 시가 바로 세족입니다. 시인 아내가 남편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 되었죠.

2018현대시학세족을 발표한 후로 평론, 신문, 몇몇 라디오 프로그램, 유명 텔레비젼 프로그램 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작년 부부의 날에는 서울 시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일부 학부모님들에게 가정통신으로 전해지더니 올 부부의 날에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를 통해 전국의 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대부분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음으로써 학부모님들의 부부 사랑이 깊어지면 그 모든 복이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는 뜻으로요. 신기하고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세족을 통해 제가 깨달은 바가 하나 있습니다. 시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내 마음속이 간절함으로 충만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시를 만나게 된다는 사실요. 아마도 그렇게 쓰인 시가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사랑을 받게 되나 싶어요.

 

11. 어떤 시인들은 주목받는 시인이 되기 위해 유행에 편승하거나 문학 권력 아래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변방에서 예버덩문학의집을 운영하시면서 그 어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시를 쓰십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인생관이 궁금합니다.

 

답변: 이 질문은 좀 어려운데요. 저는 제가 사람과 세상을 턱 믿는 마음이 많은 사람인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가 저를 믿는 마음도 많구요. 단지 시인은 무엇보다 시를 잘 쓰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거기에 겸손한 태도도 지키며 살면 더 좋다는 생각은 늘 있어요. 그러나 저는 성실한 생활인은 못 되는 편이에요. 낭만적인 삶을 좋아하죠.

 

 

12.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를 발간하고 계속해서 창작을 하고 계실텐데요. 다음번 시집이 궁금해집니다. 다음번 시집에 들어갈 테마나 모티브,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다음 시집이 마지막 시집이라는 생각으로 혼신을 바쳐 쓰고 싶어요. 시인이라는 업이 허명이 되지 않도록 새 시집으로 작게나마 세계적인 반향도 일으켜보고 싶어요. 그러나 제 마음은 광활하고 웅숭깊은 시를 쓰고 싶은데 지금은 그저 자잘한 시나 쓰고 있어요. 그래서 올겨울 석 달 동안 제가 무엇을 어떻게 써야 가장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해 처음으로 돌아가 깊이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13.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를 사랑하는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제가 소녀 시절에 우연히 신석정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운석처럼이라는 시를 가슴에 새기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 저의 시집을 읽다가 단 한 편이라도 가슴에 새기는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기쁠까 싶어요. 요즘 시가 너무 어렵다고 하시지만 말고 시를 가까이 두고 살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시를 읽으며 사는 삶은 시를 떠나서 사는 삶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선하고 아름답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시를 영혼의 비타민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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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음의 결을 바탕으로 시를 쓰고 ‘예버덩문학의집’을 운영하는 조명 시인1 - 미디어

인터뷰 진행: 하린 시인 ‘스페셜 집중 조명’에 조명(趙明) 시인을 초대했습니다. 조명 시인은 대전 유성 출생한 후 2003년 신경림 시인 추천으로 계간 《시평》 등단했습니다. 시집 『여왕코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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