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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진주문예≫ 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재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 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3. 2. 1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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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온한 레지스탕스 시인, 자본주의적 환상에 한 방 먹이다.

 

 

김휼 기자

 

2009진주신문가을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재정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시인의 일요일, 2023)를 발간했다. 첫 시집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를 낸 지 5년 만에 출간된 그의 시집은 앞선 시집이 그랬듯 시와 노동이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 몸을 지닌 존재로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현실과 시세계를 견고하게 버티어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속에는 현실이라는 장벽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시인의 모습과 그럼에도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생활인 임재정의 갈등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고 있다. 해설을 쓴 장은영 평론가도 임재정의 시 세계를 그런 의미로 조명했다.

이름 붙일 수 없는 현실 너머 어둠과 내통하는 비밀스러운 노래입니다. 비 올 때의 물속이 가장 고요하다는 거 불빛을 떠받치는 것은 어둠이라는 거(시인의 말)를 믿는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믿는 세계는 물속이나 어둠처럼 세계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곳입니다임재정에게 밤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비로소 드러나는 시간이자 너머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적 영토입니다. 여러 편의 시에서 등장하는 전기공 화자는 임재정 시인의 페르소나이자 그 자신이라고 언술했다.

 

임재정 시인에게 미디어 시in에서 몇 가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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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 시집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를 낸 지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를 발간하셨는데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A: 이미 펼쳐왔던 세계를 어떻게 심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했노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상 그러지는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꿈을 머리로 달고 몸은 현실을 사는 새로운 종족의 시조가 된 것처럼 마음이 착잡하고 무겁습니다.

 

Q: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시집 제목에서 두 가지의 체제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갈등이 엿보이는데 제목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A: ‘두 체제라는 전제를 일단 인정합니다. 양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수많은 갈등 속을 우린 여전히 살고 견디는 중이니까요. 거기 꿈과 노동이 표면적으로 깔려 있는 셈이고요. 시집의 기저를 이루는 테제로서 오늘날을 이룬 이데올로기를 갈등이 아닌 승자와 패자의 이야기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돌아보면 모두가 패자로 남는 이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셈이죠. “아돌프는 그런 인물이에요. 낮의 폭력적 독재를 밤의 자신에게 털어냅니다. 밤의 불편한 자신이 무서워 불을 끌 수 없는 인간입니다. 누구라도 자신에게서 그걸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Q: 그렇군요, 시집 구성을 보면 다른 시집들과는 달리 3(극장 팬티’)가 독특합니다. 오직 시 한 편으로 3부를 구성하셨는데,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줄여서 말하자면 앞의 질문에서 언급한 넓고 흐릿한 이데올로기의 불편을 이 땅을 사는 우리에게 좁혀 표현하고 싶었어요. 팬티는 지역, 장소인 동시에 욕망을 품은 갈등 자체라고 표현하는 선에서 그쳐야 할 것 같군요.

 

Q: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기시겠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으면 시를 전개하는 방식이 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해설에서 장은영 평론가가 제기한 것처럼 노동자의 잠과 휴식을 빼앗은 시 쓰기란 대체 무엇인가요?

 

A: 현실에서 뭔가 부족함을 느꼈을까요? 인간이 대체로 그런 편이죠. 부족한 일부를 찾아 유목하는 존재. 시는 제가 발견한 초지에요. 제법 넓은 것 같았고 풀이 넘쳐났으며 매번 자세를 바꿔야 했으므로 질릴 틈이 없었죠. 오래 머물렀으나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서 시는 놀이이며 벗이며 종교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놀이라 여겨서 숨바꼭질을 즐기고 벗이라 여겨서 묵묵하거나 재잘대고요. 종교 같기에 가장 구석진 다락을 꿈꾸죠. 제가 메시아는 아니니까 독자를 구원할 생각은 없어요. 그렇더라도 다락을 오르는 사다리를 치우진 않을 겁니다. 독자만 한 시 또한 없으니까요.

 

Q: 그래서일까요, 시인님의 시를 읽으면 시인님이 깊게 파놓은 우물물을 마시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시인님의 시집 속에서 가장 애정하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일까요?

 

A: 매 순간 바뀌긴 합니다만, 콘센트가 현재 가장 마음에 듭니다. 비누도 좋구요. 이러다 모든 제목을 다 거론할 것 같습니다.

 

Q: 시인님은 우리들에게 전기공으로 잘 알려졌는데 전업 작가로의 삶을 꿈꾸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A: 전업 작가는 무리겠고요. 전기공으로서의 삶도 오래 할 순 없겠죠. 무엇이 옳고 그르겠어요? 상황에 맞게. 마치 시의 문장이 당신의 의중을 좇아 휘어지듯이, 마음껏 나를 살아본 기억이 아직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향후 활동 계획이나 다음 시집에 대한 방향 설정은 없으신지요?

 

A: 다음 시집을 내게 된다면 조금 밀도를 줄이고 시 속에 꾸린 미로와도 헤어질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 즐거울까까지도 말이죠. 결국 내 시는 해로운가?’를 언젠가 물어야 하겠죠. 불을 끄고 두려움 없이 잠드는 사람으로 일단은 살아서 시의 미래를 고민해보겠습니다.

 

 

 

 

<시집 속 시 맛보기>

 

 

콘센트

 

 

임재정

 

 

종일

덤덤한 벽에 얼굴을 달아줍니다

 

조금씩 일그러진 표정, 떠나간 얼굴들 모두

 

세 가닥의 전선 두 개의 나사에 묶이죠

면벽은 구도적이에요 무표정 하려는 경향입니다

 

평면의 사원에 플롯을 재구성 합니다 단다와 달다

그리고 달 것이다,는 시점의 문제

 

콘센트마다 한 사람의 자기를 꽂고 충전되기를 바라는 것이 종교가 될수 있을까요

 

밤새 시효지난 꿈을 고정하는

두 개 무표정한 나사를 알고 있어요

 

낯익은 설비공이 변기를 놓고 물소리를 흘려봅니다

버릴 것들이 많은 수도승처럼

모두를 대표해 울어주는 수도꼭지처럼

 

나는 멀었습니다 면벽 뒤엔 신발을 고쳐 신고

플러그에 딸린 티브이처럼 채널이 많습니다

 

전체이자 부분

면벽은 끄고 켤 수 없어야 하며

누구에게서나 벽이어야 합니까

―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시인의 일요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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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임재정

 

 

빠삐용, 우리말로는 나비랍니다

 

한 덩이 봄을 움켜쥘 때의 텅 빈 손이나

 

벗어놓은 옷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몸이 꾸는 꿈을 대리합니다

 

감쪽같이 무지개가 스패너로 바뀌는 이야기

 

스패너로는 죌 수 없는 너트로 꽉 찬 무지개 이야기

 

미안하다는 거짓말을 뭉뚱그리면 국경이 되고

 

빠삐용이 되고, 우린 나비라 부릅니다

 

 

―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시인의 일요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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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진주문예≫ 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재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

김휼 기자 2009년 ≪진주신문≫ 가을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재정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시인의 일요일, 2023)를 발간했다. 첫 시집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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