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강경주
낼 모레 칠십인데
뜻밖에 사랑니가 난다
그까짓 사랑 없이도 이제껏 잘 살았는데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욱신욱신 아프다
― 『2022 단시조』, 우리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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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감각적인 표현이나 대상에 대한 비유를 중심으로 하는 묘사보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술로 이루어져 있다. 화자의 직접 체험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데 “낼모레 칠십”이라는 나이가 사랑니의 의미를 보다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흔히 ‘사랑니’라고 부르는 치아는 영구치가 다 형성되고 난 후 가장 늦게 나오는 치아로 위아래 치아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 나타난다. 살 속에 묻혀 있다가 나오기 때문에 큰 통증을 유발한다. ‘사랑니가 나오는 시기를 보통 17세에서 25세 무렵이라 하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지는 때 마치 첫사랑을 앓는듯한 아픔을 동반하며 나타나서 붙여진 이름(서울대학교병원 신체기관정보 참고)’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경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시 화자의 난감한 마음에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화자의 상황은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젊음의 상징처럼 왔다 가는 ‘사랑니’의 출현이 늦어도 너무 늦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것을 단순하게 치아의 문제로 읽기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출현으로 확장해 보면 이 시에서 의외의 재미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까짓 사랑 없이도 이제껏 잘 살았는데”라는 표현 속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출현과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욱신욱신 아프다”에서 느낄 수 있는 난감함이 즐거운 비명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픔과 즐거움 양면성을 이 시에서 읽을 수 있다.(표문순 시인)
표문순
2014년《시조시학》신인상 등단,시집『공복의 구성』,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열린시학상,나혜석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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