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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진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푸른사상출판사에서 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3. 3. 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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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독자를 어루만지는 시편들

 

 

하린 기자

 

 

함진원 시인이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발간하고 독자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끊임없는 욕망과 탐욕에 허우적거리는 자본주의 체제와 모순을 직시하던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는 나누며 살아가는 삶의 미학을 견지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함께하는 공동체 사회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다.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교육을 받은 대중들은 소비 세계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자본주의 매체가 전하는 제품을 소유하려고 욕망하는데, 제품 자체보다 제품이 갖는 풍요로운 이미지를 소유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그것의 획득은 쉽지 않으며, 소유한 경우에도 욕망의 추구를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욕망을 추구하느라 결국 욕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사람들이 통장에 문이 열리면 한 달 수고가/ 빌딩 무덤으로 들어가” “동굴 문 닫힌 줄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아득한 늪에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함진원 시인은 이와 같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두레밥 문화를 제시한다. 두레밥은 두레로 일을 하고 공동으로 먹는 밥이다. 두레꾼들은 일터로 가져온 점심뿐만 아니라 오전 참과 오후 참 등을 먹는데, 자신의 집에서 평소에 먹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가져, 힘든 농사일을 함께해나가고 상부상조의 토대를 마련한다. 노동력이 없는 마을의 노약자나 과부의 농사를 지어주거나,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두레밥 문화는 일제가 토지 조사 사업을 통해 조선인의 토지를 사유제로 만들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해방 뒤에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농촌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와 두레밥 문화는 고전적인 유물이 되었다.

 

함진원 시인은 두레밥 문화를 재발견하고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항아리처럼 넉넉한 사람들과 보리밥 먹”(증심사에서)는 것이, “공원 어귀밥차가 들어와 밥 냄새를 풍기자 구름처럼 사람들 모여드는 때를 은빛으로 찰랑거리는 시간”(은혜로움이여)으로 여기는 그 모습을 시로 승화시켰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비는 내리는데

 

함진원

 

수수한 사람들끼리 국숫집에서 국수를 먹는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기어이 흥을 놓다 콧물 훌쩍인다

여름비는 차갑게 내리고

집에 갈 생각 안 한 채

버스 끊긴 지 오래

선한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

불어터진 국수 먹으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달빛 몸 불어오고

파꽃 여물어간다

 

—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푸른사상, 2023.

 

 

 

 

느린 길

 

함진원

 

꿈에서 본 낙타는 없었다

등에는 낡은 시간과 하품하는 오후가

끄덕끄덕 가고 있었지

방향과 출구는 달라도 평생 동안 한 길로

가는 뒷모습

지는 해 닮았어

 

붉은 것 속에는 말하지 못한 노래가 살고 있지

희미한 방울 소리 내며 세상으로 갔던 느린 길

 

길이 없을 때 길을 만들고

길 잃었을 때 눈 맑은 낙타를 만났어

뒤돌아보지 않고 쉼 없이 가야만 했던

고단한 생 한 점 한 점 찍으며

꿈 접지 못한 채

파닥거리며, 쓰러지며, 잠을 이기며

눈먼 호랑이 찾아 순례길 떠났다는 소식

 

낙타 등에서 울어본 사람만 아는

풍경 소리 들으며

 

—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푸른사상, 2023.

 

 

 

 

빨간 코트를 입은 오월

 

함진원

 

고라니 입술 사이로 저녁이 잠들면

새벽까지 총소리에 벌벌 떨던

숨소리 아슴하게 들리는 오월

선량한 연둣빛 사람들 살고 싶다고

울음 쌓인 금남로 거리

 

눈 감지 못한 자식 보듬고 오열하는 어머니와

미얀마 어머니는 하나이다

 

총으로 얻은 것은 결국 총으로 돌아가고

평화는 승리로 일어나

빨간 코트를 입은 오월이 힘내라고

임을 위한 행진을 부른다

 

—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푸른사상,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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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진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푸른사상출판사에서 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함진원 시인이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발간하고 독자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끊임없는 욕망과 탐욕에 허우적거리는 자본주의 체제와 모순을 직시하던 시인이 이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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