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다
임채성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당신을 꿈에 보네
행여 다시
볼까 싶어
서둘러 잠에 드네
그만 또
당신 생각에
불면의 밤만 깊어가네
— ≪오늘의시조≫ 17호, 오늘의시조시인회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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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신체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날씨의 변화로 입맛이 없고 몸이 나른해지는 현상도 있지만, 겨울과는 다른 바람의 살랑거림과 봄꽃의 화려한 개화로 인하여 움직이는 감정적 변화를 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단한 땅을 밀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잠재된 감정들이 다시 솟아오르는 때가 지금쯤(봄)이 아닐까 싶다. 특히 잊었다고 생각하는 심연에 있던 것들의 출현은 잠시 마음을 말랑거리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계절의 선물처럼 진한 여운을 남겨 놓는다.
임채성의 ‘꿈을 잃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한두 번씩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내용이지만 내면 의식을 세밀하면서도 압축적으로 담아내 공감력이 크다. 전체적으로 고조되어있는 감정을 읽을 수 있는데 초장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에서 그 욕망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화자는 그리던 “당신을 꿈에 보”게 된다. TV 드라마처럼 결정적인 순간에는 꼭 방해자가 나타나 붙잡아야 할 잠을 놓치게 되는데 “서둘러 잠”속으로 들어가려 해도 무의식의 그 지점으로 다시 갈 수 없다는 것은 화자뿐만 아니라 우리도 잘 안다. 그래서 “당신 생각에/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하는 그 밤이 더 애틋하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의하면 꿈은 우리 내면의 소망과 욕망의 충족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무의식의 반영이며 현실 뒤에 암호화되어있는 생각들이 현상되므로 현실과 모순될 수 있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유발하기도 한다는데, 꿈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은밀하고 무한 가능성을 지닌 나만의 영역이기에 “행여 다시 볼까 싶어/ 서둘러 잠” 속으로 들고 싶은 달콤한 내용이라면 기꺼이 그 밤을 즐겨볼 만도 하지 않겠는가!
멀리서 잠재된 욕망의 꽃잠 한 컷 내게로 오고 있는지도 모르니 서둘러 밤으로 가봐야겠다.(표문순 시인)
표문순
2014년《시조시학》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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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_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0 _ 임채성의 「꿈을 잃다」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연재 _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0 _ 임채성의 「꿈을 잃다」 - 미디어 시in
꿈을 잃다 임채성 두 번 다시볼 수 없는당신을 꿈에 보네 행여 다시볼까 싶어서둘러 잠에 드네 그만 또당신 생각에 불면의 밤만 깊어가네— ≪오늘의시조≫ 17호, 오늘의시조시인회의,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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