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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 『뒤뚱거리는 마을』 서정시학시인선으로 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3. 5. 1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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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순례의 정신으로 국토사랑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시집

 

 

 

하린 기자

 

 

시력(詩歷) 40년이 넘는 이은봉 시인이 열세 번째 시집 뒤뚱거리는 마을을 간행하면서 독자 곁으로 다가왔다. 백두산에서부터 제주도 강정 마을에 이르기까지 그가 밟아온 국토에 대한 깊은 사랑이 뒤뚱거리는 마을곳곳에 담겨져 있다.

 

국토에 대한 깊은 사랑이라고 했지만 좀 더 꼼꼼하게 읽어보면 낱낱의 그의 시에서는 국토가 곧바로 마을로 전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이은봉의 이번 시집은 국토순례시집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 고샅 고샅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마을을 두 발로 밟고 있는 마을답사시집이기도 하다.

 

우선 우봉리, 무월리, 정도리, 구도리, 미조리, 내지리, 수만리, 항모라, 금갑리, 성강리, 애송리 등의 마을이 그의 시의 주요대상이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금치, 수종사, 우실바다, 인왕산, 금쇄동, 세미원, 너릿재, 공산성, 대전역, 통영, 형제묘, 모래구미, 장항, 개운산 등 대한민국 땅의 수많은 지명도 중요 모티브로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이 시집에 흐르는 맥은 모두 국토의 뼈와 살과 연결되어 있고, 시화되면서 이은봉의 시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이은봉은 이번 시집에서 장소 혹은 공간, 나아가 땅에 대한 무한한 정성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정성은 대부분 걱정, 근심, 우려, 고뇌 등과 함께하고 있어 비판 정신으로만 치닫지 않는다. ‘근대라는 이름과 더불어 국토가 함부로 파괴되고, 붕괴되고 있지만 그의 따뜻한 서정은 깊은 사유를 감싸 안는다.

 

자연과 인간을 불이(不二)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세계가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불이(不二)의 눈에는 마땅히 대상을 공평하게 이해하려는, 동등하게 바라보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과 신이 이루어야 할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불이의 눈이다. “은행나무도 두 그루다/강물도 두 줄기다/ 마음도 두 개로 흔들린다 // 까마귀도 두 마리/ 까악까악 하늘을 날고 있다//수종사 찻집에 앉아/ 중늙은이 두 사람,/ 둘이면서 하나를 생각한다”(수종사 찻집에 앉아)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불이(不二)에 대한 이은봉의 생각은 확고하고 구체적이다.

 

추천사를 쓴 최동호 시인의 말처럼 뒤뚱거리는 마을살아 움직이는 풀뿌리의 삶을 노래한 고샅길 서정시의 집합체다. “잔잔하고 나지막한 어조로 서두르지 않고, 백석이 자신의 굴곡진 생에 대해 고백했던 것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국토의 숨결을 노래하며 시를 살아가는 이은봉의 본 모습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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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속 시 맛보기 >

 

뒤뚱거리는 마을

 

이은봉

 

금강 북쪽, 장남 평야의 끝

산언덕 아래 작은 마을이 있었지 막은골

모듬내 둑방을 막아야 한다며

옛사람들이 입 모아 붙인 이름이지

막은골의 두 다리 그때는 튼튼했지

똑바로 서서 혼자서도 잘 걸었지

지금은 이 마을 뒤뚱거리며 겨우 걷지

공사 중 한쪽 다리 부러져버렸지

다리 부러져 뒤뚱대는 것은 별것 아니지

조만간 이 마을 없어진다지

크고 엄청난 대도시 세워진다지

대도시가 세워지면 무엇이 좋나

좋을 것 없지 왕왕 자동차나 몰려다니겠지

그렇지 대도시에는 고향이 없지

대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그렇지 그리움도 기다림도 없지.

 

― 『뒤뚱거리는 마을, 서정시학,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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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 찻집에 앉아

 

이은봉

 

은행나무도 두 그루다

강물도 두 줄기다

마음도 두 개로 흔들린다

 

까마귀도 두 마리

까악까악 하늘을 날고 있다

 

수종사 찻집에 앉아

중늙은이 두 사람,

둘이면서 하나를 생각한다

 

두 눈 살짝 감은 채

하나이면서 둘인 세상을.

 

― 『뒤뚱거리는 마을, 서정시학,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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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 『뒤뚱거리는 마을』 서정시학시인선으로 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시력(詩歷) 40년이 넘는 이은봉 시인이 열세 번째 시집 『뒤뚱거리는 마을』을 간행하면서 독자 곁으로 다가왔다. 백두산에서부터 제주도 강정 마을에 이르기까지 그가 밟아온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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