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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훈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 『장소들』, 시인의 일요일에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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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3. 6. 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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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 대한 새로운 시적 사유와 상상력 그리고 교감

 

 

 

하린 기자

 

류성훈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 장소들이 시인의 일요일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류성훈은 사물들의 후속 작업으로 출간된 장소들에서 우리에게, 가장 낡고 무심했던 장소에 관한 참신한 인식과 소중한 기억, 애틋한 질문을 다시 한번 뜻밖의 발견을 통해 선사한다. 삶의 의미를 묻고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추억과 가치를 기록한 이 책은 장소에 류성훈 만의 시선을 부여함으로써 우리가 그것을 정리하고 측정하고 활용하며 또한 추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고향, 동해, 강가, 서재, 작업실, 집필실, 교실, 공방, 병원, 성당, 자전거길 등에 대한 개별적이고 특별한 추억과 고유한 가치를 부여한다.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장소를 어떻게 느끼는지, 특정한 장소에 대한 고유한 정체성과 분위기가 어떻게 부여되는지를 고찰한다. 또한 그 장소가 공간적으로 우리를 어떻게 구속하는지, 장소에 대한 애착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어떻게 애틋한 장소가 될 수 있는지 시인의 통찰력과 경험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추천사를 쓴 권형웅 평론가는 류성훈의 장소들안에는 기쁨에서 슬픔까지, 후회에서 감탄까지 연속되는 감정의 환등상이 있고, 유년과 청년과 중년을 겹쳐 읽는 기억의 독순술이 있으며, 말한 것과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이 서로의 배음을 이루는 욕망의 복화술이 있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시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한 재능있는 시인의 시작 노트를 읽는 일이 될 것이며, 삶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생활과 생명과 생각이 태어나고 영위되는 현장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상의 마비된 의식 속에서 장소가 그저 도구적 의미로만 인식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장소의 재발견이라는 값진 선물을 선사할 것이다. 지리멸렬한 삶의 흔한 질료로서, ‘장소가 그저 무료하게 얽혀있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빛을 내며 가치를 획득하는지, 시인만의 고유한 사유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지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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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속 문장 미리 맛보기>

 

 

노지에 앉아, 불을 피우고 간이의자에 앉아 강물 쪽으로 멍하니 시선을 풀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 특히 자연물 중의 어떤 것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는 행위를 요즘 말로 멍때린다고 하고 그 말은 대상과 합쳐져 물멍’, ‘불멍등의 응용된 어휘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이게 다분히 가볍고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있기를 시도하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예컨대 참선, 묵상 같은 조금 더 고결한 느낌의 단어들도, 실은 생각하지 않는 법을 연습하기외의 별다른 의미가 아니다. 고통과 여러 문제들에 미쳐 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멍때림이 필요하다.

— 『장소들(시인의 일요일, 2023)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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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만큼이나 진실하게 지성적 행보를 쫓아왔는지, 그리고 내가 쓰는 글들은 얼마만큼 진실한 책으로 신뢰받을 수 있을지. 늘 미완성인 나와 내 서재의 실존을 향유하며 나는 이 과거형의 장소를 통해 끝없이 사유할 것이다. 또한 한없이 약하고 보잘것없는 내 목소리나마, 그들의 슬픔과 고뇌에 실낱같은 목소리에 보태기 위해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육체는 늘 야만화, 뇌는 늘 문명화할 수 있는 지성적 독려를, 그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실존적 진실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 『장소들(시인의 일요일, 2023)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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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이 사라지고 있다. 이곳에 방을 얻었으면 좋겠어, 같은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안이란 원래 사라져 가는 거야, 같은 얘기를 함부로 떠들 수 있던 세월들이 가슴에 모래알만큼 많은 방을 비운 지금. 떠날 때를 미리 알려 주지 않는 인연처럼 그들은 다른 언어로 수차례 말해 왔겠지만 듣지 않은 것도, 망연한 것도, 보낸 것도 우리였다. 모두 보이지 않게 천천히 행해질 뿐. 아무도 그 속도를 볼 눈이 없었고, 그런 게 죄가 될 순 없지만 자랑일 수도 없어야 옳았다.

— 『장소들(시인의 일요일, 2023)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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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언젠가는 언제일까. 기억하는 이는 추억하는 이 앞에서 늘 약자였고, 나는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못했다. 이것을 나는 새로운 슬픔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픈 병보다 나쁜 것은 아프고 싶은 병. 너는 영원히 낫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방식을 가졌지만 방법이 없었다. 멀찍이 치워진 파라솔처럼, 접힌 해안이 다시 펼쳐지는 일이 없듯이. 살려고도, 죽으려고도 가던 이들은 다시 가지 않는 곳. 그렇게 바다에게도 사람에게도 천천히 버려지는 해안이, 동해에는 있다.

— 『장소들(시인의 일요일, 2023)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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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훈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 『장소들』, 시인의 일요일에서 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류성훈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 『장소들』이 시인의 일요일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류성훈은 『사물들』의 후속 작업으로 출간된 『장소들』에서 우리에게, 가장 낡고 무심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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