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시
최문자
결혼하고 석달쯤 지나서
우리는
처음접시를 깨뜨리고
처음으로
캄캄함을 생각했다
두 가지 이상의 무거운 빵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 사랑은 빵과 다른 중력
식탁 위에서
팔을 힘껏 뻗어도 팔이 닿지 않던 가난
접시에 담긴 빵들이 무거워서
나는
그 단단한 곳
낯 선 마루 위에
여러 번 접시를 떨어뜨렸다
손가락을 베고
문을 열고 나와
들판 나무처럼 서있었다
깨진 접시에서 꺼낸 말들
빵 안에 없었던 사랑의 문장
깨진 접시에도
빵의 손이 달려 있었다
나는
매일매일
노트에다 내 것이 아닌 빵의 이야기를 썼다
― ≪시와 시학≫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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