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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22 _ 이남순의 「빈병」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4. 7. 7. 12:51

본문

 

 

 

빈병

 

이남순

 

쓰러져 본 사람만이

섰던 날을

기억한다

 

가득 차 있을 때는

듣지못한

숨비소리

 

나누고

비운 후에야

바람과

섞이는 몸

이남순, 이녁이란 말 참 좋지요』, 시인동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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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 정서가 잘 드러나는 표현 양식으로서 서정시는 시조가 가깝게 채택하고 있는 장르이다. 일상에서 축적된 경험과 시간들이 특별한 지각을 형성하고 개인을 둘러싼 세계에 사물의 속성이 개입되면서 새롭게 포착된 의미가 재발견되고 시인은 이를 주제화하게 된다. 김용택 시인은 시가 내게로 왔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대체로 이러한 시적 동기는 그냥 오는 것이라기보다 간절해야 나타나며 잡아야 내 것이 된다. 또한 이것은 순간적이라 기록으로 가둬놓지 않으면 금방 달아나 버린다.

  이남순 시인의 빈 병의 경우도 일상속에서 빈 병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본질을 잘 이해하고 남다르게 인식하여 포착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쓰러져 본 사람만이/섰던 날을/기억한다라는 표현은 표면적으로는 먹고 버려진 빈 병의 상황을 그려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인간적 삶의 형태가 중첩되어 있다. 빈 병은 잘 쓰러지는 존재이지만 내용물이 가득 차 있을 때는취약했던 존재의 속성이 강함 쪽으로 바뀌게 된다. “나누고/비운 후에야몸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듣게 된다는 사물의 이치를 우리는 날마다 잊으며 살아가고 있다. 비워야 듣게 된다는 화자의 언술은 빈 병처럼 공명을 크게 해준다. 해녀들의 물질에서 발생하는 숨비소리(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나는 소리)를 빈 병 속에 담아낸 것은 생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며, 수없이 숨비소리를 흘려보내며 사셨던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도 거기에 서려 있다.

 

 

 

 

표문순

2014시조시학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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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22 _ 이남순의 「빈병」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22 _ 이남순의 「빈병」 - 미디어 시in

빈병 이남순 쓰러져 본 사람만이섰던 날을 기억한다 가득 차 있을 때는듣지못한숨비소리 나누고비운 후에야바람과 섞이는 몸—이남순, 『이녁이란 말 참 좋지요』, 시인동네, 2024. ----------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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