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쇼핑
서정화
여러분의 태아에게 미래를 선물하세요
고급 맞춤형 아기를 편집할 수 있어요 키 크고 운동신경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유전자를 주문하세요 난자 공급자의 자녀 사진과 취미 생활에서 대학 입학 시험 점수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월한 사고를 할 수 있는 DNA의 신인류 후손 보장! 살과 뼈가 뛰어난 완성품을 맞이하세요 성별을 쉽게 고를 수 있는 놀라운 인체 쇼핑! 제대혈 은행이 원스톱 쇼핑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몸에서 분리된 줄기세포 상품권을 판매합니다 거금이 필요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희망을 전제로 미래의 자녀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무한한 치료 능력의 혜택, 만병통치의 묘약! 언제고 줄기세포는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일생에 딱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보험증권! 당신의 몸에서 추출된 혈액과 골수로 개발될 모든 세포주 다른 잠재적 자손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권리를 자발적으로 위임하세요
글로벌 최상급 세포 유전자 자신할 수 있습니다
―서정화, 『3D 렌티큘러』, 천년의시작,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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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기술 발전의 이점을 누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인간 본연의 가치가 침해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인체 쇼핑’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과학적 상상이 아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넘어서 삶을 상업적으로 취급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태아의 유전자를 선택하고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인간 존재와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윤리적 논의는 미비하다. 서정화 시인의 시 「인체 쇼핑」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과 주체성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경고하며, 그 경계를 넘을 경우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될지를 되묻는다.
“여러분의 태아에게 미래를 선물하세요”라는 구절은 마치 제품을 주문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태아”는 이제 하나의 소비재로 취급된다. “고급 맞춤형” 옵션을 통해 “재능이 뛰어난 유전자”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상업적 기준에 따라 소비되고 있다는 문제를 드러내며 인간 존엄성의 훼손 가능성을 경고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상용화됨에 따라 사람의 신체뿐만 아니라 그들의 능력과 특성까지도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기준에 맞는 “우월한 사고를 할 수 있는 DAN”를 가진 후손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시적 주체는 인간의 몸을 “은행”처럼 관리하는 생명공학 비즈니스를 풍자하면서 “줄기세포 상품권”과 “무한한 치료 능력의 혜택”을 마치 “쇼핑 서비스”의 거래 품목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인간의 개별성은 존중받을 수 없다. “만병통치의 묘약!”과 같은 표현은 인간에게 절대적이고 끝없는 가능성을 약속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위험과 윤리적 딜레마가 내포되어 있다.
이 시대에 ‘무엇이 옳은가’와 같은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기술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특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결정이 단순한 대안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성찰은 인간의 가치와 본질을 지키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기술이 인간의 존엄을 소비하는 시대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선택 속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지. (김보람 시인)
김보람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이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유심상을 수상했다.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7 _ 서정화의 「인체 쇼핑」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7 _ 서정화의 「인체 쇼핑」 - 미디어 시in
인체 쇼핑 서정화 여러분의 태아에게 미래를 선물하세요 고급 맞춤형 아기를 편집할 수 있어요 키 크고 운동신경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유전자를 주문하세요 난자 공급자의 자녀 사진과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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