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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8 _ 최양숙의 「긍긍」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5. 3. 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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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긍

 

최양숙

 

날개를 접어야지 마음껏 부서져야지

 

세 시에 잠이 들어 시월에 일어나야지

 

언제든 빗나가려고 외진 곳을 찾아야지

 

 

내 몸을 연주하던 바람은 현재완료

 

짜내도 올라오는 부스럼은 과거의 진행

 

떠나고 버릴 때마다 더 가까이 가야지

최양숙, 종소리에는 마디가 있다, 고요아침,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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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내적 투쟁을 겪는다. 이는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며,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한 갈등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인간은 자유와 책임 사이, 개인적인 욕망과 사회적 기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인간은 스스로를 만든다"라고 말하며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선택하고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지나간 상처, 지금의 혼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마주하며 지속적으로 고뇌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고통이나 혼동을 넘어, 우리 스스로가 내 안의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여정이 된다.

최양숙 시인의 시 긍긍은 자아의 분열과 현실의 불화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절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날개를 접어야지 마음껏 부서져야지라는 첫 구절에서 우리는 존재와 자유, 그 자유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다. “날개를 접다는 표현은 자유를 제한하거나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멈추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마음껏 부서져야지에서 우리는 제약 속에서도 감정의 폭발이나 변화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이는 억눌린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강렬하게 분출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세 시에 잠이 들어 시월에 일어나야지라는 구절에서 시적 주체는 특정 시간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며, 어떤 의지를 단호하게 표명하고 있다. “세 시시월이라는 시간대는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거나 회복을 시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잠이 들어일어나야지라는 표현은 일상적인 변화, 이탈재기의 반복을 시사한다. 시적 주체는 규칙이나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적 욕망을 표출하면서도 외진 곳을 찾는 행위 속에서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내적 갈등과 외적 세계의 괴리는 내 몸을 연주하던 바람은 현재완료라는 구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재완료라는 문법적 표현은 과거의 행위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을 내포한다. 과거의 상처나 미완의 감정은 짜내도 올라오는 부스럼처럼 완전히 치유되지 않고 되풀이된다. 그럼에도 시적 주체는 떠나고 버릴 때마다 더 가까이 가겠다는 굳은 의지로 존재의 변혁를 도모한다. 이는 진정한 자아에 도달하려는 강한 결의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전환과 성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순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이 시는 단순한 자조나 허무의 노래에 그치지 않고, 날카로운 자의식으로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보람 시인)

 

 

김보람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이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유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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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8 _ 최양숙의 「긍긍」 - 미디어 시in

긍긍 최양숙 날개를 접어야지 마음껏 부서져야지 세 시에 잠이 들어 시월에 일어나야지 언제든 빗나가려고 외진 곳을 찾아야지 내 몸을 연주하던 바람은 현재완료 짜내도 올라오는 부스럼은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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