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동暖冬
이기라
소한이 지나가도 겨울은 뭘 하는지
다투어 푸르도록 보릿골은 놔둔 채로
앞마당 산수유마저 망령들게 했구나.
―이기라, 시선집 『나를 따라온 길』, 글나무, 2026
2025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1.4도 상승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 중 하나였다고 한다. 라니냐가 지속됐음에도 전 지구적으로 가장 따뜻했으며 특히 1월은 기록상 가장 더운 달이었다고 한다.(환경일보)
통계적 수치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실생활에서 느끼는 변화도 만만찮다. 2025년 12월 타임캡슐 행사로 진도에 갔을 때 들른 소쇄원, 제월당 마당 한 켠에 피어있던 진달래를 본 적 있다. 진달래가 봄을 대표하는 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런데 그 꽃이 12월에 피다니... 때 없는 개화에 ‘미친 꽃’이라고 한참 놀리다 왔는데 생각해 보면 이전부터 유사한 일들은 많았던 것 같다.
「난동暖冬」 이 작품도 따뜻한 겨울로 인해 계절의 질서가 흐트러진 상황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초장을 보면 “소한이 지나가도 겨울은 뭘 하는지”라고 한숨 섞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한은 24절기 중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고 여름은 여름다워야 하는데 이 ‘다움’이라는 특성이 좀처럼 어려워지고 있는 것에 대한 걱정 또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중장에서 “다투어 푸르도록 보릿골은 놔둔 채로”를 보면 봄처럼 경쟁하듯이 자라도록 푸른 보리를 그대로 놓아둔 것에 대한 질책이 다시 한번 일어나고 종장에서 앞마당 산수유를 등장시킨다. 산수유 또한 이른 봄에 피는 꽃이다. 화자는 여기에서 때 없이 핀 꽃을 “망령들”다(늙어서 정신이 흐려지고 말이나 행동이 정상이 아닌 상태가 되다) 라고 표현하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계절의 상태를 꼬집고 있다.
이 시조는 보리, 산수유 같은 봄을 대표하는 자연 소재를 활용하여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이상기후를 풍자적인 어조로 비판하면서 경각심을 갖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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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38 _ 이기라의 「난동暖冬」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38 _ 이기라의 「난동暖冬」 - 미디어 시in
난동暖冬 이기라 소한이 지나가도 겨울은 뭘 하는지 다투어 푸르도록 보릿골은 놔둔 채로 앞마당 산수유마저 망령들게 했구나. ―이기라, 시선집 『나를 따라온 길』, 글나무, 2026 2025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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