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긋한
김일연
보닛 위에 앞 유리에 질펀하게 쏟았다
향긋한 새똥*들은 어느 숲에 있을까
향긋한 말을 데리고 어디로 가버렸을까
*김춘수, 「처용단장 處容斷章」
―『향긋한』, 동학시인선,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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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향긋하다’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계절이다. 봄은 꽃으로도 향긋하고 잎으로도 향긋하다. 그렇지만 향긋함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똑같은 것을 가지고도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혐오가 되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향긋한’으로 표현된 새똥은 향긋할 수 없는 대상이기에 강한 역설을 품고 있다.
내용을 통해 살펴보면, 초장에서 화자는 자동차의 “보닛 위에” “앞 유리에” 새똥이 질펀하게 쏟아져 있는 상황을 목격한다. 유사한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 우리는 여기에서 더럽고 불쾌한 이미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중장은 “향긋한 새똥”이 등장하며 이것은 김춘수의 「처용단장」을 각주로 달고 있다. 김춘수의 「처용단장’」은 우리의 고려가요인 ‘처용가’를 차용하여 현대인의 고독을 노래한 시이다. 처용가는 아내의 불륜을 담고 있지만 김춘수의 ‘처용단장’은 자신의 자리에서 밀려난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은 사물의 본질을 정확히 담지 못한다. 그만큼 왜곡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이 시의 종장 ‘향긋한 말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의미 있는 언어가 사라져 버린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존재는 언어로 드러난다. 따라서 언어가 사라지면 세계도 무의미하게 된다. 화자는 더러운 것을 향긋하다고 말함으로써 언어로 존재를 붙잡으려 하지만 의미를 붙일 수 없는 세계, 끝내 붙잡히지 않는 아름다운 언어에 대한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표문순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39 _ 김일연의 「향긋한」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39 _ 김일연의 「향긋한」 - 미디어 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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