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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40 _ 김남미의 「난생卵生 혹은 난생難生」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6. 6. 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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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卵生 혹은 난생難生

 

 

김남미

 

 

#1

 

부리 죄 깨지도록

쪼고 또 쪼아댔지요

하늘마저 가린 벽은 무겁고도 높았어요

한 목숨 휩쓸어 가는 격랑 같은 밤이었죠

 

#2

 

눈 부라린 매의 곡예

화살처럼 내리꽂히고

대거리할 틈도 없이 난생설화 뭉개버렸죠

홀로 된 그날 이후로 바람이 더 차가워요

 

#3

 

돌이끼도 꿈이 있겠죠

어미가 되고 싶은

발 동동 줄탁동시啐啄同時 그날은 언제일까요?

구름 낀 알자리 그늘, 이슬만 흥건합니다

 

  ― 『금속성 이빨, 동학사, 2025.

 

 

-

 

 

  난생설화는 단순한 탄생의 기록을 넘어 신령하고 영험한 존재로서의 권위를 부여하는 상징적 장치다. 평범한 인간과 구별되는 비범한 능력을 갖추어야 국가를 다스리는 시조始祖가 될 수 있었기에, 고주몽이나 박혁거세, 김수로왕 같은 이들은 모두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알다라는 말의 어원이 과 연결되듯, 알은 세상의 모든 이치를 이미 갖춘 완전한 존재의 탄생을 의미한다. 특히 새는 하늘과 땅을 잇는 신령한 매개체로 여겨졌으며, 소도蘇塗로 들어서는 길목에 세워진 솟대꼭대기에 새가 조각되어 있었다. 이 또한 솟대에 조각된 새를 하늘의 뜻을 지상에 전하는 신성한 통로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장들 속의 탄생은 신성한 난생(卵生)’을 넘어, 태어나는 것 자체가 고통인 난생(難生)’의 형국을 띠고 있다. 부리가 죄 깨지도록 벽을 두드려야 하는 처절한 몸부림은 생존을 향한 절박한 저항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라고 말했듯, 탄생은 안락했던 기존의 세계를 부수고 나오는 파괴적인 과정이다.

 

  엄마의 좁은 산도產道를 통과하며 온몸이 압박받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아이처럼, 알 속의 생명 역시 안팎의 온도 차와 낯선 빛의 공포를 견디며 밖으로 나온다. 탄생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이자 고난의 시작인 셈이다. 이처럼 고단하게 시작된 삶은 이후로도 줄곧 어려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생의 비극성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삶을 강건하게 지속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리는 탄생의 순간부터 시작된 그 근원적인 고통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안에서 쪼고 밖에서 응답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순간은 삶의 역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삶은 분명 홀로 헤쳐 나가야 하는 고독한 여정이지만, 동시에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인간은 완벽하게 자급자족하며 살 수 없다. 공기, , , 바람 같은 자연의 혜택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존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공존 속에서 비로소 생은 안전하게 유지된다.

 

  그럼에도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과업과 십자가는 결국 본인의 몫으로 남는다. 하늘마저 가린 무겁고 노란 벽을 깨는 주체는 결국 알 속의 부리이며, 매의 날카로운 공격을 견디며 찬 바람 속에 홀로 남겨지는 것 또한 개인의 운명이다. 이슬만 흥건한 그늘 아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순간을 기다리는 돌이끼의 꿈처럼, 삶은 타자의 조력과 자신의 투쟁이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톱니바퀴와 같다.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생의 무게를 지고, 그럼에도 함께 살아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난생(卵生)이자 난생(難生)인 우리네 삶의 숙명이다. (이송희)

 

 

 

 

이송희

2003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했으며 열린시학등에 평론을 쓰며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환절기의 판화,아포리아 숲,이름의 고고학,이태리 면사무소,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대명사들,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평론집 및 연구서 아달린의 방,눈물로 읽는 사서함,길 위의 문장,경계의 시학,거울과 응시,현대시와 인지시학,유목의 서사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고산문학대상, 오늘의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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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卵生 혹은 난생難生 김남미 #1 부리 죄 깨지도록쪼고 또 쪼아댔지요하늘마저 가린 벽은 무겁고도 놀았어요한 목숨 휩쓸어 가는 격랑 같은 밤이었죠 #2 눈 부라린 매의 곡예화살처럼 내리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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