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
박시교
아프지 않았다면 그것은 다만 허세
꽃이 진 자리마다
돋아나는 잎새처럼
내 삶의 흔적일진대 쓰다듬어 안을밖에
―《좋은시조》 202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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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통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라고 말하며 상처와 시련을 꽃이 피어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묘사했으며, 정호승 시인은 「흉터」라는 시를 통해 “모든 상처는 꽃이다. 상처 없는 꽃은 없다.”고 말했고 복효근 시인은 「상처에 대하여」에서 “어느 풀잎인들 상처없는 것이 있으랴/…/상처를 통해 비로소 꽃은 향기를 얻고”라고 상처가 아문 자리를 직접적으로 꽃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시교 시인의 이 작품도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상처가 갖고 있는 고통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삶의 필연적인 과정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초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프지 않았다면 그것은 다만 허세”라고 말하고 있다. ‘상처’란 “다쳐서 부상을 입은 자리”를 말한다. 당연히 아프다. 화자는 상처의 실존적 아픔에 대한 인정을 통해 이것이 치유의 첫걸음임을 보여주고 있다. “꽃이 진”다는 것, 또한 상실과 아픔을 의미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파괴적인 사건이 아니라 “돋아나는 잎새”처럼 새로운 생명과 성장을 가져다 줄 순환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삶의 흔적”이며 “쓰다듬어 안”아야 하는 긍정적 대상으로 상처를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박시교 시인은 꽃(상처)과 잎새(회복)의 대비를 통해, ‘상처에 대한 긍정적 수용과 자기 치유’라는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누구나 상처를 입으면 숨기거나 없애고 싶어하지만 잘 견디고 나면 더 깊어지고 단단해 진다는 위로를 독자들에게 건네고 있다.

표문순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40 _ 박시교의 「상처」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40 _ 박시교의 「상처」 - 미디어 시in
상처 박시교 아프지 않았다면 그것은 다만 허세 꽃이 진 자리마다돋아나는 잎새처럼 내 삶의 흔적일진대 쓰다듬어 안을밖에 ―《좋은시조》 2026 봄호. - 일찍이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 「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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