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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 사유로 슬픔과 고독와 외로움을 뛰어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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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6. 9. 1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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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똥꼬발랄한 눈물』 도서출판 북인에서 발간

 

 

하린 기자

 

  2003년 시전문 계간지 『시인세계』로 등단한 후 슬픔을 명랑하게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 세계를 추구해 온 장인수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똥꼬발랄한 눈물』을 북인에서 발간했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삶의 비극을 무겁게만 바라보지 않고 무한한 생명력과 시상을 융합하며, 비극적 주체가 스스로 슬픔을 다독이듯이, 해학성을 잃지 않는 넉넉함을 선보인다.

 

  이러한 발상이 가능하게 한 힘은 30여 편의 시에서 나타나듯이 역설적 사유가 ‘특화’처럼 시인의 몸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역설은 겉으로 보기엔 모순되고 희화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슬픔을 감추기 위한, 또는 뛰어넘기 위한 장치로서 쓰인다. 표제시 「똥고발랄한 눈물」이 그 한 예이다. 이 시는 고양이를 의인화하여 인간의 고독을 역설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 작품 속 고양이는 고독할수록 “발톱을 핥으며 밤을 반짝이게” 하고, “세상의 외로움을” 핥으며 고독을 맛본다. “가장 외로운 녀석이/ 가장 신나게 뛰노는 법”을 터득한 역설적 상황을 통해 고독과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극복해가고 싶어하는 심리를 간접적으로 반영한다.

 

  4부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회한이 압도적으로 그려져 있다. 「무덤아, 신나게 춤을 추어라」에서 죽음에 대한 역설적 인식을 통하여 생사불이(生死不二)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무덤가에 핀 꽃이 “아버지의 웃음”이 된다는 사실은 아버지의 삶과 죽음이 단절적인 것이 아니라 아들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 선상에 있음을 보여준다. “무덤아, 신나게 춤을 추어라”라는 도발적인 정서적 발산 또한 아버지의 죽음을 흔들어 깨우며 축제로 끌고 가고자 하는 시인의 역설적 그리움에 해당한다.

 

  『똥꼬발랄한 눈물』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특징은 시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자연물들이 타자의 자리에 놓이지 않고 주체의 자리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노을, 고양이, 모닥불, 밥, 수평선, 사다리차, 나비, 날벌레, 참새 등을 1인칭 화자로 등장시켜 자신의 발화를 하게 하는데, 그 발화가 인간 중심적 사유에서 벗어나 타자 중심적 사유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물이 스스로 발화하고 스스로 존재하도록, 과감히 주체의 자리를 내어주는 시적 노련함을 장인수가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장인수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는데도 꽃은 피고, 몸은 늙어” 가는데,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장난기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그것을 ‘명랑한 슬픔’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똥꼬발랄한 눈물』은 죽음을 말하면서도 살아 있는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리게 하는 시집이다. ‘명랑한 슬픔’을 맛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시집은 ‘명랑한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똥꼬발랄한 눈물

 

장인수

 

야, 인간들아

너희들은 나보다 외롭다고

방 안에 웅크리고 있지만

나는 고독해지면

골목 바닥을 몇 바퀴 뒹굴고

편의점 불빛 아래서

발톱을 핥으며 밤을 반짝이게 하지

 

내 혀가 왜 이리 바쁜 줄 아니?

세상의 외로움을

핥아야 하기 때문이야

 

가장 외로운 녀석이

가장 신나게 뛰노는 법

그게 바로 나야

 

야옹 야옹

밤새 담벼락을 타고

유성을 쫓고

바람의 꼬리를 물며

고독한 친구들을 불러 모은단다

 

혼자 있는 법을 알기에

어디서든 친구가 생기지

 

외로워서 골목을 떠돌고

떠돌기에 외롭지 않은 것

그게 내 비밀이다

 

야옹 야옹

봐,

내 눈동자에는 성운이 흐르고

내 발끝에서는 지구가 굴러간단다

 

야옹 야옹

고독한 우주는 나의 영토

그러니 인간들아

외롭다고 너무 주저앉아 있지 마

나처럼 꼬리를 발딱 세우고

이승을 신나게 뛰어보는 거야

 

저승에 있는 아버지는

이승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고 있지

 

똥꼬발랄한 눈물이

생각보다 훨씬 즐거운 거란다

―『똥꼬발랄한 눈물』, 북인, 2026.

 

-

 

나는 슬픈 밥이다

 

장인수

 

나는 슬픈 밥이다

 

젊은 날 그가

집밥 대신

들판에서 야생화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능선을 타며

석양을 커피처럼 마실 때도

 

자갈밭에 앉아

강 건너 신륵사 종소리에

소주를 타 마실 때도

 

나는 그의 허기 속에

작은 등불 하나로 들어가 있었다

젓가락이 나를 집어 올릴 때마다

슬픔이 끼니마다 인생을 먹었다

 

밥알은 견디는 법의 다른 이름이었다

어떤 날의 슬픔은

국밥의 뜨거운 김 속에 숨어 들어왔고

어떤 날의 슬픔은

식은 밥알처럼

목구멍에 오래 걸려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나는 화장장 굴뚝에서

한 줌 불밥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보았다

유골은 땅으로 돌아가

천천히 흙밥이 되었다

죽음도 결국

세상의 밥상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오늘도 사람들은 슬픔을 씹고

그리움을 삼키고

희망을 뜸 들이며 살고 있다

 

나는 슬픈 밥이다

―『똥꼬발랄한 눈물』, 북인, 2026.

 

-

 

산짐승처럼 외롭드래요

 

장인수

 

제대 후

가난한 복학생은

화장실 보수공사 일용직 막노동을 하면서

알량한 몇 푼을 벌었다

 

갑자기 무작정

무궁화 열차를 타고 삼척으로 가서

열 시간 산길을 걷다가

좀생이별이 늑대처럼 외로이 울부짖는 밤은 오고

어느 읍내 허름한 여인숙에 들어가

곯아 떨어졌다

 

상처 입은 산짐승처럼 웅크리고 자는데

내 곁에 꿈틀대는 여인이 느껴졌다

화들짝!

 

“걸음걸이가 산짐승처럼 외롭드래요.”

아, 산짐승처럼 외롭다는 여주인의 말에

나는 무장해제되었다

 

여인숙 바닥을 긁는 낮은 신음소리

어느덧 아득한 35년 전의 일이니

그녀는 지금 얼추 칠십 대 후반은 되었겠다

 

내 육신도 늙은 산짐승이 되었다

―『똥꼬발랄한 눈물』, 북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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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기자 2003년 시전문 계간지 『시인세계』로 등단한 후 슬픔을 명랑하게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 세계를 추구해 온 장인수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똥꼬발랄한 눈물』을 북인에서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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