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린 기자
시와 평론을 쓰며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이송희 작가(시인·문학평론가)가 새 평론집 『불협화음의 위로』를 국학자료원에서 펴냈다. 새미비평신서시리즈 26권으로 출간된 이번 책은 현대시와 현대시조를 넘나들며 오늘의 문학이 시대와 인간을 어떻게 읽어내고 있는지를 살핀다.
『불협화음의 위로』라는 제목에는 삶과 문학을 바라보는 저자의 비평적 시선이 담겨 있다. 삶은 언제나 매끄러운 화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부딪히고 어긋나며 깨지는 불협화음에 가깝다. 그러나 저자는 바로 그 균열의 틈에서 인간의 존재가 더욱 선명해지고,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문학의 언어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비평이란 그 날카로운 소음들 사이에서 길어 올리는 ‘불협화음의 위로’여야 합니다”라고 밝힌다. 여기에서 말하는 위로는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안온한 위안이라기보다 고통과 균열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며 인간의 존엄과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데 가깝다.
전쟁과 폭력, AI와 기후위기 등 오늘의 현실은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특히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인간의 판단과 일상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계의 시대에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책 곳곳에 놓여 있다. 데이터로 쉽게 환산할 수 없는 감정과 기억, 상처와 연약함,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능력은 저자가 문학을 통해 되짚어보는 인간의 영역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시적 상상력」, 「지구 위기 시대, 생존을 위한 실천적 사유」,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유목적 주체」 등의 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기술문명과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기후위기와 생태, 가족과 공동체, 소외와 관계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며 동시대의 시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고 언어화하는지를 살핀다.
그리하여 『불협화음의 위로』는 문학이 역사를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시키는 대신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가, 기계의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폭력 없는 공동체는 가능한가” 등의 질문도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질문에 직접 답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속을 독자들과 함께 걸어가면서 텍스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들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진솔하게 다시 한번 바라보게 만든다.

<책 속 문장 맛보기>
삶은 언제나 매끄러운 화음보다 거친 불협화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어긋난 불협화음의 틈새에서 비로소 나의 존재감은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매끈한 질서에 균열이 생길 때, 우리는 마침내 그 파열음을 통해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저항하고 있음을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비평이란 그 날카로운 소음들 사이에서 길어 올리는 ‘불협화음의 위로’여야 합니다.
―「어긋난 화음, 살아나는 문장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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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환산되지 않는 인간의 고유함이 상실되어 가는 이때, 문학은 우리의 실존적 의미를 묻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보들레르가 근대 도시의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파리의 우울’과 주변부의 소외된 생명들을 응시했듯, 문학은 역사의 기록에서 누락된 ‘이름 없는 자들’의 고통을 소환해야 합니다. 소외된 삶의 떨림을 언어로 만지는 일은, 효율성만을 따지는 기계적 세계에 맞서 우리가 여전히 뜨거운 심장을 가진 존재임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어긋난 화음, 살아나는 문장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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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 온전히 인간만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는 모습을 현실에서 종종 마주하면서, 인간 고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문학 고유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문학은 인간이 주체가 되어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독보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시적 상상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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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닫고 있어도 우리는 계속 교감하고 교류하며, 소통과 공감은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그리는 일은 자기를 구원하는 길이며, 고통과 질병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고단한 과정이다. 자신을 호명하며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은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성장통이다.
―「거울과 자화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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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모든 진리는 부분적이고 모든 가치는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우리’라는 틀 안에서 우리가 행동하는 그 자체가 어떤 진리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라기보다 ‘우리’라는 집단을 통해, 결국 자신의 생존과 권익, 안녕과 권세를 얻고자 하는 권력 투쟁에 지나지 않는다. (…) ‘나와 당신은 늘 가깝고도 먼 우리일 것이네’라고 했듯이 모든 것은 하나다.
―「가깝고도 먼, ‘우리’들의 군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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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자아 성찰은 불가피한 요소다.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는 부분이다. 한편 주체는 세계(현실)에 노출된 존재들이어서 세계와 불화를 겪을 수도 있고, 세계의 부조리를 폭로하거나 고발할 수도 있다. 세계(현실)의 부당함 혹은 부조리함을 인식하는 각각의 주체들은 문제가 되는 이질적인 현상들을 모으고 분류하며 묘사하면서 제 안에 이질성을 품은 채 현실을 고발한다.
―「서정시의 존재론, 서정시의 새로운 윤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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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것을 끌어안지 못하면 더 이상 일상의 안녕과 평화는 없다. 우리가 추종하는 세상 모든 진리는 부분적이고, 모든 가치는 불완전하다. 그러므로 타자를 포용했을 때 자기 정체성도 온전해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미덕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독선과 오만, 즉 자기가 만든 세상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길 바라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고독한 세계로 몰고 간다.
―「불온한 세계의 문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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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인간의 경험과 정서를 가장 민감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이자 수단이다. (…) 시인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 곁에서 함께 걸어가며, 그들의 외로운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연민과 사랑이 있다.
―「절망은 나의 힘, 어느 여행자의 고백」 중에서
AI와 기후위기의 시대,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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