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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정 시집 『뱀파이어의 봄』 시작시인선으로 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3. 1. 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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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의 사유와 죽음에 대한 낯설게 보기

 

 

하린 기자

 

 

우남정 시인의 시집 뱀파이어의 봄이 시작시인선 0449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2008다시올文學신인상 수상 후, 2018세계일보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여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구겨진 것은 공간을 품는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등을 상재한 바 있다.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당시 심사평에서 우남정은 섬세하고 적확한 묘사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탄탄한 구조의 서사를 만들어내고” “날카롭고 감각적이고 목소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선이 섬세하고 표현이 감각적인 우남정의 특장을 알아본 것인데, 그 특장은 이후 창작활동을 하고 시집을 발간하는데 밑바탕이 되곤 했다.

 

2020년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된 바 있는, 시집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의 해설을 쓴 오민석 교수는 시는 가장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것에서 개념과 관념을 추상한다며, “우남정 시인은 일상의 어느 순간에 철학으로 뛰어넘으며 일상에서 시의 가능성을 실현시킨다.”고 진단했다. 일상은 그에게 봉쇄나 장애물이 아니라, 존재와 세계를 읽는 하나의 단계이고 도약대’”라 전제하며, “일상 속에서 사물과 인간의 진지한존재론을 끄집어내는 이런 기법은,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우남정의 독특한 시적 전략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 이후에 발간한 시집 뱀파이어의 봄은 또다른 매력을 지닌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이성혁 평론가도 우남정 시인이 존재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펼치고 시적 진실에 이르는 과정이 일상적인 인식을 낯설게 만들고 새로운 인식으로 도약하게 하는 힘이라고 평가했다. 거기에 덧붙여 우남정 시인은 우리의 삶이 죽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인식한다”. “우리는 대개 삶에서 삶만 읽고 죽음을 읽지 않는다. 가령 음식에서 우리는 죽음을 읽지 않는다.”며 우남정 시인이 갖는 죽음에 대한 내밀한 인식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주검을 먹는 삶은 죽음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고하고, 그 삶이 죽음을 통해 형성된다고 할 때, “삶 속에는 죽음 역시자라고 있는 진행형으로 봤다. 죽음이 삶을 형성시키듯이 삶 역시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삶이 죽음에 다다른다면, 그 죽음은 또 다른 삶을 형성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우남정 시집이 모두 죽음의 탐구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추천사를 쓴 유종인 시인의 말처럼 우남정의 시편들삶을 향한 우정이 돈후하고 흩어지려는 사랑을 결속하는 눈길이 당차고 끌밋한 특징도 가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내밀한 사유와 삶 곳곳에 내재된 존재론적인 의미를 시로 맛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뱀파이어의 봄은 의미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오늘의 레퀴엠

 

우남정

 

붉은 뿌리를 잘라내고

소금물에 데친 주검을 먹는다

등뼈에 칼집을 넣어 발라 회친 주검을 먹는다

가마솥에 고와낸 흐물거리는 주검을 먹는다

주검은 뜨겁고 달콤하고 비릿하다

 

꽃무늬 접시에 주검을 올린다

주검에 고명을 올린다

마트에서 순교한 죽음들을 세일하고 있다

신선한 주검을 고른다

누군가의 주검을 먹고 누군가의 죽음이 자라난다

 

무덤에 돋아나는 오랑캐꽃

사랑한 것들의 주검에 꽃이 핀다

죽음의 젖을 물고

푸른 상수리 나뭇잎에서 눈물이 반짝 빛난다

 

나는 배가 고프다

네 영혼의 마지막까지 갉아먹고 떠나려, 작정한 듯

 

― 『뱀파이어의 봄, 천년의시작, 2022.

 

 

 

 

오래된 끝에서

 

 

우남정

 

흘러넘치듯 능소화가 담벼락에 매달려 있다

 

열매는 꽃에 매달리고 꽃은 줄기에 매달리고 줄기는 뿌리에 매달린다 뿌리는 지구에 매달려 있고 지구는 우주에 매달려있다 매달린 것을 잊고 매달려 있다

 

산다는 것이 매달리는 것일까 저 여자의 가슴에 젖이 매달리고 등에 아이가 매달리고 팔에 장바구니가 매달리고 장바구니는 시장에 매달리고 저 여자는 집에 매달려있다

 

손가락은 카톡에 매달려 있고 수많은 당신에 매달려 있다 당신은 씨줄과 날줄, 그물에 매달려 있다

 

매달리다라는 말에는 오래된 슬픔이 묻어난다 매달리다라는 말에는 핏방울이 맺혀있다 매달리다라는 말에는 굴욕의 기미가 있다 매달리다라는 말에는 솟구치다의 그림자가 매달려 있다 그 끝에 거꾸로 솟은 종유석이 자란다

 

매달리는 것은 추락을 견디는 것 오래 바람을 견디는 것 길게 휘어지는 촉수를 말아 안고 잎사귀 뒤 나뭇가지 끝에서 잠을 청한다

 

― 『뱀파이어의 봄, 천년의시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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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정 시집 『뱀파이어의 봄』 시작시인선으로 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우남정 시인의 시집 『뱀파이어의 봄』이 시작시인선 0449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2008년 『다시올文學』 신인상 수상 후,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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